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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 성공시대

입력
2021.03.04 18: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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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이성철한국일보

카카오 김범수, 쿠팡 김범석, 배민 김봉진
플랫폼의 힘 보여준 창업형 혁신기업가들
산업미래 위해 사회적 요구에도 응답하길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김범수 사진=연합뉴스/김범석 사진=쿠팡 제공/김봉진 사진=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범석 쿠팡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김범수 사진=연합뉴스/김범석 사진=쿠팡 제공/김봉진 사진=한국일보 자료사진)


김범수, 김범석, 김봉진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기업인들이다. 사회적 가치를 설파해온 SK 최태원, 완성차에서 모빌리티로 사업방향 리셋에 성공한 현대차 정의선, 마트의 위기를 넘기고 새 소비문화를 열고 있는 신세계 정용진 등 기존 재벌 중에도 '뜨거운 회장'들이 많지만,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김범석 쿠팡 의장,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전혀 다른 유형의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들 '3김'에겐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창업가들이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출발했던 김범수 의장은 90년대 말 벤처붐 속에 한게임을 창업했고 네이버와 합병해 대표까지 지내다 독립, 카카오톡을 선보였다. 미국에서 성장한 김범석 의장은 하버드대 출신으로 일찌감치 소셜커머스에 관심을 뒀으며, 귀국해 쿠팡을 설립했다. 디자이너 경력자인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는 몇 차례 스타트업 도전과 좌절을 경험한 끝에 배달의민족을 시작했다. 배경과 방식은 각자 달랐지만 어쨌든 이들은 사업을 물려받지 않았고, 편안한 시장을 고르지 않았으며, 많은 돈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둘째, 플랫폼 사업가들이다. 카톡은 초기부터 '국민메신저'로 각광받았지만 '이모티콘 팔아서 어떻게 하려고'란 말을 들을 만큼 수익모델은 불확실했다. 하지만 거듭된 적자에도 카톡 위에 교통, 게임, 쇼핑, 결제, 은행 등 기능을 하나씩 얹어갔고 마침내 검색기반의 네이버와는 다른 메신저 중심의 초강력 플랫폼을 구축했다. 쿠팡도 창사 이래 흑자를 낸 적이 없다. 하지만 무리다싶을 정도로 물량과 서비스를 플랫폼에 쏟아부어 마침내 시장 최강자로 등극, 미국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음식배달 최강 플랫폼을 구축한 우아한형제들도 마찬가지다.

셋째, 창업 시기가 모두 2010년 무렵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등장 시점이다. 모바일이 아니었다면 카카오, 쿠팡, 배민은 불가능했다. 이들은 스마트폰이 만든 변화의 급류에 먼저 올라탔고, 집요할 정도의 투자와 혁신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3김'은 로또 맞은 게 아니다. 큰 그림을 계획했고, 치밀하게 실행했으며, 압도적으로 성취했다. 앞으로 더 많은 성공스토리를 쓸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사업 성과 그 이상의 것도 보여줬으면 한다. 플랫폼의 개척자들이고, 혁신의 창업가들이고, 무엇보다 제2의 김범수, 제2의 김봉진을 꿈꾸는 수많은 젊은 창업가들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을 향한 사회적 주문에 적극적으로 응답해주길 바란다.

먼저 정부와 정치권, 시민사회는 해묵은 반기업 정서와 낡은 규제 잣대, 경직된 노동 보호의 관점으로 이 산업, 이 기업인들을 흔들어선 안 된다. 잘못하면 싹을 자를 수도 있다. 그러나 택배노동자들의 비극적 죽음과 라이더들의 위험 노출, 불합리한 플랫폼 입점 조건은 분명 실재하고 있고, 그런 만큼 '3김' 같은 기업인들은 이 불편한 현실을 '사업상 리스크' 정도로 봐선 곤란하다. 지속가능한 플랫폼 산업을 위해, 플랫폼 비즈니스의 규범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사회적 문제 제기에 전향적으로 답해주기를 기대한다.

하나 덧붙이자면 김범수 의장과 김봉진 대표의 거액 기부 약속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얼마'보다 '어디'와 '어떻게'이다. '1조 쾌척' '재산 절반 사회 환원'처럼 선행을 총량으로 칭찬하던 시대는 지났다. 금액만 먼저 던진 기부 약속은 부와 사회적 기여에 대한 깊은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고, 그런 기부는 예전에도 흔했다. 그보단 암치료든, 감염병 연구든, 기후 대응이든 기부의 대상과 방법을 구체화했으면 한다. 그래서 돈 버는 것도 다르더니 쓰는 것도 다르더라는 얘기를 듣길 바란다.



이성철 콘텐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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