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대법원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에게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어떻겠냐며 의견을 물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샤라드 봅데 인도 대법원장과 아지쿠티라 보판나 대법관, V 라마수브라마니안 대법관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1일(현지시간)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보석을 신청하기 위해 출석한 피고인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어떠냐”고 발언했다고 인도 일간 인디언익스프레스가 보도했다. 이들은 피고인에게 “해당 여성과 결혼하지 않을 경우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고 인도 일간 더힌두는 전했다. 대법원이 제안한 결혼에 대해 피고인은 “처음에는 (피해자에게) 청혼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라며 “결혼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공무원으로 알려진 이 피고인은 먼 친척 관계인 피해 여성을 중학교 3학년인 16세 때부터 수십 회 강간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인도 법률 전문지 바앤드벤치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손발을 묶은 후 강간했으며, 피해자가 사건을 공개할 경우 얼굴에 산성 물질을 뿌리겠다고 위협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사건 충격으로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의 가족은 피해자 가족에게 피해자가 성인이 되면 결혼시키겠다고 약속하면서 피해 사실이 알려지지 않도록 했다고 바앤드벤치는 덧붙였다.
대법관들의 언행을 두고 신랄한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법원 판사들의 의식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도 인권변호사 프라샨트 부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미성년 소녀를 반복적으로 강간한 피의자에게 결혼을 종용한 것은 충격적이고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법원 내부에서는 “(미성년자 강간과 같은) 심각한 사건에서 판사들이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바앤드벤치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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