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폭설로 동해고속도로 한때 기능 상실
도로·군 당국 사투 끝에 가까스로 정상화
"월동장구 없는 차량이 도로 상황 악화시켜"
연휴 마지막 날 쏟아진 70㎝가 넘는 '눈폭탄'을 맞은 강원도내 도로 곳곳에서 고립과 사고가 잇따랐다. 폭설이 예보됐으나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이 한꺼번에 고속도로에 몰리며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도로공사와 군 당국의 사투가 없었더라면 차량 700여대가 밤새 발이 묶이는 아찔한 일이 일어날 뻔 했다.
강원도와 도로당국에 따르면 차량 700여대가 사실상 고립됐던 동해고속도로 소통이 2일 오전 2시쯤 정상화됐다.
특히 동해고속도로 삼척방면 노학1교에서 노학2교 사이(2㎞)엔 전날 오후 4시 40분쯤부터 8시간 가량 차량 700여대가 꼼짝하지 못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곳곳도 5시간 넘게 최악의 정체가 이어졌다. 운전자들은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일부 차량은 연료가 떨어져 도로공사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번 사태 원인은 짧은 시간에 많은 눈이 내린데다 나들이를 마치고 귀경하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동장구를 미처 장착하지 못한 차들이 크고 작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뒤엉켜 차량이 오지도 가지도 못했다. 고속도로 제설에 투입된 제설 차량과 장비도 고립 차들 속에서 함께 발이 묶여 1,000여명이 고립된 채 밤을 지샐지 모를 상황이었다.
도로공사와 군 당국, 강원도 등은 955대의 제설장비를 투입해 눈과의 사투를 벌였다. 육군 8군단과 23사단, 102 기갑여단 등 장병 200여명도 폭설 현장에 투입됐다. 당국은 제설작업에 장비 955대, 인력 1,096명, 제설재 4,170톤을 투입하는 물량공사를 폈다. 양양군은 한국도로공사에 빵과 우유, 생수, 담요 등 물품을 지원했다.
김모(51)씨는 "속초에서 춘천까지 평소 2시간이면 닿을 거리를 무려 8시간이 넘어 도착했다"며 "무슨 생각으로 폭설예보에 월동장구도 없이 길을 나서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 공간에서도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설작업이 진행되면서 고속도로는 속속 정상화되고 있으나 한계령과 미시령 등 도내 산간도로 5곳 통제는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1일부터 이틀 교통사고 79건이 발생, 부상자 66명을 병원으로 이송했다. 폭설로 인해 차량에 고립됐다는 신고 30건을 접수해 45명을 구조했다. 폭설로 태백산 21개 탐방로와 설악산 20개 탐방로 등 41개 탐방로 출입도 통제 중이다.
기상청은 강원 영동지방에 최대 10㎝의 눈이 더 쌓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이번 눈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로 눈이 그친 뒤에도 축사나 하우스, 산박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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