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 간에 차량 수백대 고립돼 아찔"
도로·군당국 작전 끝에 겨우 통행 재개
"잊을 수 없는 삼일절" 귀가 뒤 한숨만
강원 고성군에서 열린 3·1절 기념식 참석을 위해 출장길에 올랐던 강원도청 공무원 김모(45) 계장은 2일 "폭설로 잊을 수 없는 하루를 보냈다"며 전날 겪은 악몽 같은 경험을 풀어놓았다. '눈폭탄'으로 아수라장이 된 도로 복판에서 무려 12시간 동안 차량에 감금됐다 복귀했다.
3·1절 행사를 마친 김 계장 일행이 고성에서 출발한 1일 낮 12시 30분쯤. 그는 "당시 눈이 내리긴 했지만 제설이 이뤄졌다"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고생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서둘러 미시령관통도로 요금소로 진입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후 2시가 넘어서면서 상황이 급반전 했다. 김 계장은 "눈이 쉴새 없이 쏟아지면서 동해안으로 나들이 왔던 사람들이 철수, 고속도로로 차량이 몰렸다"며 "그 바람에 도로가 아수라장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서울 경기 등 월동장구를 갖추지 않은 차량이 미끄러져 뒤엉키면서 도로를 틀어막았고, 그 뒤의 도로는 순식간에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제설차량은 현장에 진입도 할 수 없는 상황. 눈은 쌓이고 쌓여 거의 차량 바퀴 높이까지 차올랐다.
김 계장 일행은 4시간 넘게 도로가 뚫리기를 기다렸으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일행이 타고 온 차량이 4륜 구동이라 미끄러지지 않고 차선을 지키고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경찰과 미시령동서관통도로 주식회사는 중앙선 가드레일을 개방, 상행선에 갇힌 차량을 하행선으로 빼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김 계장은 "미시령 요금소 진입 후 꼼짝 없이 갇혀 있다가 겨우 회차 공간을 통해 빠져 나오느라 진땀을 뺐다"며 "이 와중에 체인 파는 상인들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미시령도로를 벗어났지만 고생길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엔 동해고속도로에 차량이 몰리면서 고립됐다. 해가 지면서 눈발은 더 거세졌다. 낮에 미시령도로에 갇혀 있을 때보다 상황은 더 나빴다. 김 계장 일행은 이렇게 또 5시간가량 고속도로에 갇혔다. 최악의 교통정체를 하루에 두 번이나 겪은 것이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연료 탱크가 바닥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김 계장은 "도로공사와 군 병력이 투입돼 오후 10시가 넘어서자 차량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그제서야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말했다.
김 계장 일행이 출장을 마치고 강원 춘천에 자리한 강원도청사 도착한 시간은 2일 새벽 0시 40분쯤. 보통 2시간이면 충분했을 출장 복귀에 무려 12시간이나 걸린 것이다. 그는 "2021년 3월 1일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삼일절 긴 하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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