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자격 심사委 설치, 구의원 탈정치화 등
홍콩 구의원 힘 빼고 중국에 유리하게 개편?
2019년 민주진영 의석 86% 석권 압승 충격
24년 간 거수기 역할 그친 과거로 회귀하나
중국이 홍콩 선거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대상은 풀뿌리 민주주의 토대인 ‘입법의원(구의원)’이다. 2019년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민주진영의 기세를 바닥부터 누르기 위해서다.
중국은 홍콩 사무를 관장하는 샤바오룽(夏寶龍) 국무원 홍콩ㆍ마카오 판공실 주임 주관으로 1일까지 이틀간 광둥성 선전에서 홍콩 선거제 개편 의견을 수렴했다. 4일 개막하는 최대 규모의 연례정치행사 ‘양회’에서 다룰 안건을 미리 조율한 것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60여명의 전문가들은 홍콩 구의원의 힘을 빼는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일 △선거 후보자 자격심사 고위급 조사위원회 설치 △행정장관 선출 대의원단(1,200명)에서 구의원 몫(117명) 할당 폐지 △구의원의 탈정치화 등의 대안이 논의됐다고 전했다. 홍콩 지역사회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구의원들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정치세력화를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콩 18개 구에서 선출된 452명 의원들의 위상과 역할은 한국의 지방의원과는 차이가 있다. 홍콩 최대 야당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 홍콩 시위를 주도해온 재야 단체 연합 민간인권진선의 지미 샴(岑子杰) 의장 모두 현직 구의원이다. 70명에 불과한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 중 5명은 구의원이 겸직하고 있다. 구의원이 사실상 홍콩 정치와 사회의 핵심 축인 셈이다.
반대로 중국과 홍콩 정부에게는 눈엣가시다. 특히 2019년 11월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구의원 의석의 86%를 싹쓸이하면서 친중 세력의 위기감은 극에 달했다. 지난 24년 간 치른 6번의 선거에서 친중 정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처음이다. 9월 입법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민주진영이 대다수인 구의원을 표적으로 삼은 이유다.
독립민주파 소속 오완 리(李傲然) 구의원은 전날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과거 구의원은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며 “반면 송환법 반대 운동 등을 통해 결집해 국민투표의 성격으로 치른 2년 전 선거에서 민주진영이 승리함으로써 구의원은 더 이상 정부 편이 아니라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기치로 양회가 끝나는 이달 중순쯤 선거 관련 법규를 개정할 전망이다. 지난해 양회를 거치면서 시행한 홍콩 국가보안법에 이어 또다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근간이 유명무실해지는 셈이다. 홍콩 전문가인 톈페이룽(田飛龍) 중국 베이징 항공우주대 교수는 “업무의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적으로 경도된 홍콩 구의회를 개편하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자격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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