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할 때는 임신 계획이 없다고 하더니, 몰래 임신한 사기꾼."
국내 한 병원 원장이 임신한 직원을 언급하며 한 말이다. 병원장은 이 직원이 임신했다는 이유로 퇴사를 종용했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이 직원은 결국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결혼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당한 사례를 지난 1, 2월 제보받아 1일 공개했다. 면면을 살펴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84로 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집 직원 A씨의 제보에 따르면 A씨는 입사할 때 원장으로부터 "결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아 "당분간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결혼을 앞두게 됐고, 원장으로부터 "결혼이나 임신 계획이 있으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직장인 B씨는 "출산휴가를 논의하던 중에 해고를 통보받았다"고 제보했다. 그는 "경영상의 이유라고 해고해 놓고, 내가 일한 부서의 구인 공고를 올렸다"면서 "사실상 출산휴가를 주지 않기 위한 해고"라고 주장했다.
남성 직장인 C씨는 10년 근무한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는 "육아휴직 후 복직했더니 첫날부터 업무에서 배제되고 회의에도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니 나중엔 컴퓨터도 가져갔다"며 "버티다 결국 퇴사했다"고 털어놨다.
'남녀 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사업주는 여성 근로자의 혼인, 임신 또는 출산을 퇴직 사유로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해선 안 된다. 위반할 땐 4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결혼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그만둬야 했던 A씨 사례를 노동청에 신고했지만, 해당 어린이집이나 원장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면서 "대한민국 직장에서는 결혼, 임신, 출산, 육아를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이나 대기업에선 남녀고용평등법에 보장된 권리를 사용할 수 있지만, 민간 중소기업에선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는 이들 권리가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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