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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美와 이면 협상 없다"... 궁지 몰리는 바이든

입력
2021.03.01 13:30
수정
2021.03.01 14:18
14면
0 0

美 " 대화 창 열려 있다" 여지 남겼지만
협상 테이블 없어 중동 해법 계속 꼬여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 AFP 연합뉴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 AFP 연합뉴스

이란이 핵합의(JCPOAㆍ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위한 미국과의 비공식 회담을 거부했다. 제재를 풀지 않는 한 협상이 없다는 선(先)제재 해제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물밑 협상을 통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려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중동 해법이 갈수록 꼬여가는 형국이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ㆍ프랑스ㆍ독일의 최근 언행을 볼 때 이란은 유럽 핵협정 중재국들이 제안한 비공식 회담을 하기에 적절한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다는 점을 회담 거부 사유로 들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실패한 ‘최대 압박’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핵협정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종합적인 책임 및 이행 약속조차 재천명하지 않은 상태”라며 “미국은 일방적이고 불법적 제재들을 중단하고 핵합의 이행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당국은 이란의 강경한 자세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대화 창구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날 “이란이 대화를 거부해 실망했지만 의미 있는 외교에 다시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핵합의 복원은 바이든 행정부 새 중동정책의 근간이라 협상 테이블조차 꾸리지 못한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지난달 25일 이란 인근 오만 해상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화물선 폭발 원인이 이란 공격으로 추정되면서 역내 긴장감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미국도 같은 날 시리아 내 친(親)이란 민병대 기지를 폭격해 이란을 협상장에 나오게 할 만한 유인책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이란 역시 회담을 거부하는 배경에 외교적 우위를 도모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는 등 다목적 포석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의 버티기는 직접 협상 희망을 모두 없앤 게 아니고, 향후 회담에서 지렛대를 얻으려는 시도”라고 풀이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 고위당국자도 로이터통신에 “이란의 비공식 회담 거부는 외교적 과정의 일부”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악화된 민심을 다독이려는 속내도 엿보인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하티브자데 대변인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리아 동부 보복 공격을 명령한 뒤 발표됐다”면서 “이란이 5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에 굴복하는 것처럼 비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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