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성범죄자 10명 중 9명 학교 인근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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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도권 성범죄자 10명 중 9명 학교 인근에 산다

입력
2021.03.02 04:30
수정
2021.03.0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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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 성범죄자 1622명 주거지 분석>
86% 초·중·고교·대학 500m 이내에 살아
인구밀도 높은 서울은 97% '불안한 공존'
교정 훤히 보이는 집에 학교 10곳 위치도
어린이집·유치원 포함 땐 훨씬 더 많아져
청소년 상대 절반·전자발찌 미착용 절반
거주지 인근 재범 높아 시민들 불안 호소

2월 5일 오후, 서울시내 성범죄자 주거지 인근의 어린이 보호구역을 한 초등학생이 지나고 있다. 왕나경 인턴기자

#1. 어른 걸음으로 열 발자국.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가는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A씨가 거주하는 빌라와 B고등학교 후문은 마주 보고 있다. A씨 집에선 남녀 학생 900여명이 생활하는 교정이 창문 너머로 훤히 내다보인다. A씨는 2014년 19세 여성을 간음해 신상정보 공개대상자가 된 성범죄 전과자로, 출소 후에 경기도 대도시 주택가에 터를 잡았다. A씨를 포함해 세 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학교 앞 골목은 놀랍게도 지자체가 '걷고 싶은 길'로 지정한 구역이다.

B고등학교 반경 500m 내엔 A씨를 포함해 13명의 신상정보 공개대상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 그중 7명은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주민들은 이곳이 "출퇴근 때를 제외하고는 인적이 드문 원룸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자들은 집세가 저렴한 다가구주택이 많고, 주민 중 독신 남성 비율이 높다고도 했다.

#2. 상대적으로 치안 상태가 양호할 것 같은 주거지에도 신상정보 공개대상 성범죄자가 거주한다. 서울 강남 지역 역세권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에는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연습생)들을 상습 성폭력한 혐의로 6년형을 선고 받았던 유명 연예기획사 전 대표가 살고 있다. 피해자가 여럿이었지만, 초범이라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지 않았다.

이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초·중·고 3곳에는 2,700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대형 멀티플렉스도 가까워 밤낮으로 아동과 청소년들이 쉼 없이 오간다. 주민들은 "경비원의 깐깐한 검문을 통과해야 겨우 외부 차량 출입이 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한 아파트라서 위험 인물이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조두순 출소 두 달... 성범죄자 이웃과 '불안한 공존' 논란 여전

그래픽=송정근 기자

국민적 공분을 산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9)이 출소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성폭행범 거주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여전하다. 특히 조씨 거주지 반경 500m이내에 어린이집 5곳과 초등학교 1곳이 자리하고 있어 주민들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경기 안산시가 인근 초등학교 전교생에 '안심 호루라기'를 지급하고 관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호신술을 가르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주민들은 "3월 개학을 앞두고 걱정이 크다"며 우려하고 있다.

성범죄자와의 '불안한 공존'은 비단 안산시만의 일은 아니다. 한국일보가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공개 명령을 받아 '성범죄자 알림e'에 등록된 성범죄자 중 인구 밀집지역인 수도권에 거주하는 1,622명(2020년 말 기준)의 주거지를 전수 분석한 결과, 86.1%(1,397명)가 초·중·고교, 대학 등 교육시설에서 걸어서 7분(반경 500m) 이내 근접지에 살고 있었다.

500m는 조두순 출소를 전후해 국회에서 발의된 성범죄자 주거지 제한 관련법 개정안에서 제시된 기준값이다. 아동 안전 문제에 집중하는 옐로소사이어티 등 시민단체에서도 500m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500~2,000피트(150~600m)로 제한하는 미국 주요 주(州)들이 채택한 거리의 중간값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의 경우 거주지가 공개된 성범죄자 522명 중 무려 508명(97.3%)이 학교 500m 이내에 살고 있다. 인천은 235명 중 211명(89.8%), 경기는 865명 중 678명(78.4%)이 학교 인근에 살았다. 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 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12년을 옥살이했던 조두순이 출소하자, 시민들 불안이 커진 것이 막연한 공포심이 아님을 보여주는 결과다.

청소년·아동 성범죄자 집 인근에 많게는 학교 10곳... 성범죄자 1명당 평균 2.4개

그래픽=송정근 기자

신상정보 공개대상 성범죄자의 주거지 500m 이내에는 평균 2.4개 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서울에 사는 C씨의 경우 주거지 500m 이내에 초등학교 4곳을 포함해 무려 10개 학교가 있었다. 2012년 미성년자를 강간해 4년형을 살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C씨는 2012년 전에도 청소년 강간 등 두 번의 전과가 있었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거주지 주변에 각각 9개와 8개 학교가 자리 잡은 곳이 있었다. 이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제외한 수치로, 이를 포함하면 수십 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거주지 500m 근방에 학교가 있는 성범죄자 중 절반 가까이(43.0%)는 19세 미만 청소년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 중 13세 미만 아동을 강간하거나 추행하는 등의 성적 학대를 한 사람도 223명(16.0%)에 달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1세 여아를 포함한 5명의 신도들에게 성행위를 강요한 후 범행 장면을 촬영하고 협박한 경기도 모 교회의 목사 출신 D씨도 현재 8개 학교 옆에 살고 있다.

시민들은 성범죄자를 구별하고 정부가 이들을 감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전자발찌를 떠올리지만, 거주지 500m 근방에 학교가 있는 성범죄자 1,397명 중 전자발찌를 착용하지 않은 인원은 '최소' 619명(44.3%)에 달한다. 전자발찌 착용 여부가 2013년 6월부터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돼, 그 이전에 '미공개' 처리된 전자발찌 착용자는 통계에 안 잡힌다.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명확히 전자발찌 착용자로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18.2%에 불과하다.

'영혼 살인범' 성범죄, 아동 대상은 특히 가해자 거주지 인근에서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성범죄자에 대한 우려가 특히 큰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6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착용한 이들의 성폭력 재범 건수는 292건으로, 이 중 절반 가까이인 44%(129건)가 거주지 500m 이내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구체적으로 △100m 이내 33%(96건) △100~500m 11%(33건) △500~1㎞ 28건(10%) △그 외 46%(135건) 등이다. 법무부의 '2020 성범죄 백서'를 살펴봐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 중 자신의 주거지가 범행장소였던 191건 가운데 또다시 주거지에서 범죄를 저지른 비율은 37.2%(71건)에 달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8년 한 해 동안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10건 중 5건(54.7%) 이상이 가해자의 거주지 인접 지역에서 발생했다.

시민들이 성범죄자와의 공존을 유독 두려워하는 것은 범죄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신체적 후유증이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기 때문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5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가 겪는 트라우마는 전쟁 경험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상 경험은 불안을 다룰 수 있는 자아 방어 능력 전체를 혼란시킬 만큼 강력한 외상"이라고도 짚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는 "성범죄는 도박 같은 중독성이 있어 범행 동기가 쉽게 소멸하지 않는다"며 "특히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다른 성범죄자와 달리 먼 거리를 이동해 피해자를 물색하는 걸 힘들어 한다는 점에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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