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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왜 가짜 정당을 만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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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왜 가짜 정당을 만들었을까요"

입력
2021.02.26 23:00
수정
2021.02.27 02:14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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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국장
예술 경영-행정학 전공 후 활동가로
"장애인 운동, 다수를 움직여야 변화"

22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 건물에서 만난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김진웅 기자

22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 건물에서 만난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김진웅 기자

"제가 오늘 '썰(이야기를 칭하는 용어)'을 풀고자 합니다. '탈시설장애인당' 왜 태어났니, 뭐 할거니 같은 이야기요. 클럽하우스 현장에서 물어봐주세요!"

변재원(2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정책국장이 18일 페이스북에 이 같은 글을 올리자, 80명 가까운 인원이 클럽하우스 대화방으로 몰려들어 '정책 수다'에 참여했다. 22일 서울 종로구 노들장애인야학에서 만난 변 국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러 장애인 단체가 모여 '페이퍼(가짜) 정당'인 탈시설장애인당을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부동산과 재개발 등의 이슈에만 치중하는 제도권 후보들에 맞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시'를 만들기 위해 적극 목소리를 내겠다는 취지다. 이날 클럽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인플루언서'로 통하는 변 국장을 중심으로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와 장애인 탈시설 문제 등을 논의했다. 변 국장의 페이스북 친구는 1,880여명, 시작한 지 10일 된 클럽하우스 팔로워는 500여명이다. 카카오는 16일 선정한 11인의 사회혁신가 중 변 국장을 소수자정책 연구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 전장연 정책국장에 올라 1년여간 단체의 방향성을 구상 중인 변 국장은 장애인 권리 투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오프라인 집회를 넘어 SNS로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과 소통하며 장애인들의 삶과 전장연 정책을 이해시키고 있다. 스스로를 '교차로에 있는 활동가'라고 정의해온 변 국장은 "1987년 운동권의 조직력·장악력에 개인주의적인 전달력·예민함을 함께 갖추고 싶다"며 "장애인은 소수자이기 때문에 다수를 어떻게 설득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체성이 곧 커리어'라고 말하는 변 국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변 국장은 생후 10개월 만에 의료사고로 척수공동증이 생겨 목발에 의지하고 있다. 변 국장은 예술경영을 전공해 예술가들의 경제적 여건을 고민하다가, 행정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구글 인턴을 할 시절엔 유튜버들의 마케팅을 도왔다. 지금은 공공 영역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공존을 꿈꾼다. 변 국장은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공동체적 삶을 어떻게 꾸려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열차 안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다. 변재원 국장 제공

지난달 22일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 열차 안에서 장애인들이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다. 변재원 국장 제공

변 국장은 지난해 전장연 정책국장을 맡으며 처음 시민사회 운동에 발을 들였지만, 이전에도 SNS에서 다양한 문제제기를 하며 사회변화를 이끈 경험이 있다. 2014년 한 항공사가 탑승수속 중 변 국장에게 '제3자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 것'을 요구하는 면책서약서를 작성토록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변 국장이 SNS에 자신의 사연을 올려 사람들에게 물음을 던지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항공사에 장애인에 대한 항공기 탑승 차별을 없애라고 권고했다.

변 국장의 최근 목표는 장애인들의 정치참여 활동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변 국장은 "장애인들이 스스로 사회적·정치적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정치참여를 통해 이런 편견을 없애고, 관련 활동을 SNS에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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