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가 박원순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서울시가 법률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유족에게 넘겨줬다며 해당 휴대전화를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26일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에 따르면 ‘박 전 시장 업무 전화 처리 관련 법률 검토 결과를 담은 문서를 공개하라’는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서울시 측은 “법률 검토 문서는 없다”고 답했다. 여성정치네트워크와 진보당 인권위원회,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주요 수사 증거인 박원순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은폐했다”며 “유족 측에 이를 전달하면서 법률 검토를 받았다고 거짓말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휴대전화를 유가족으로부터 회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작년 12월 30일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를 서울시에 돌려줬고, 서울시는 이 전화를 유족 명의로 변경한 뒤 유족에게 전달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을 풀어줄 핵심 증거물로 꼽힌 휴대전화를 유족에게 전달한 사실에 대해 여성단체와 피해자 측이 “증거 인멸”이라고 비판하자 서울시는 줄곧 “절차대로 진행했고, 내부적으로 법률 검토를 했는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해왔다.
이에 여성정치네트워크는 이달 9일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폰 구매 내역과 통신비 지원내역 △직원 사망 시 업무용 휴대폰 처리에 관한 규정 △박 전 시장 업무용 휴대폰 유족 인계의 법리검토 의견서 등에 대해 서울시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25일 서울시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답변에 따르면 서울시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4월까지, 2019년 3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 2대를 구매하고 통신비를 지원하는 데 각각 370여만원, 125만원 등 총 500만원가량을 썼다. 직원 사망 시 업무 휴대폰 처리 규정에 관해서는 전기통신법, 이동전화 이용약관을 따랐다고 답했다. SK통신 이용약관에 따르면 휴대폰의 제3자 이용권 양도 승계신청은 ‘가족 간 명의 변경’에 의해 가능하고, 유가족이 박 전 시장 휴대전화 명의를 이전한 만큼 승계가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법리 검토 문서에 관해서는 "없다"고 답했다.
여성계는 즉각 반발했다. 신지예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정보공개를 청구하니 그제서야 해명하며 공식적 법률 검토를 받지 않았다고, 총무과에서 자체적으로 알아봤다고 답했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명의를 이전해서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하게 한 것이 바로 서울시”라며 “서울시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수사하고 바로잡고 진실을 드러낼 의지가 있다면 곧바로 유가족에게 주진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가현 페미니즘 창당 모임 활동가는 “유가족의 아픔을 이용해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짓밟은 서울시의 악랄한 행태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식 문서가 오간 게 없을 뿐이지 내부 법률지원 부서, 자문변호사 등과 논의해 결정했다"면서 "문서가 없으니까 법리 검토를 안 했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용 휴대전화를 쓰다가 퇴직하면 사용하던 번호 때문에 더러 잔여분 요금을 내고 명의 변경해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도 유가족이 잔여 요금을 내고, 관련 절차를 거쳐 명의를 변경해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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