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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꽃길만 걸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2.28 1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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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박홍민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의 대선 패배와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건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공화당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 괜찮은가?

4년전 트럼프의 등장과 승리를 가능하게 한 것은 역설적으로 오바마 때문이었다. 2008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포퓰리즘의 요구를 수용하며 큰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출발했었다. 하지만, 경제 위기의 책임을 아무에게도 묻지 않았고, 의료비용이 증가하면서 실질소득의 증가폭은 크게 둔화했다. 인종차별에 대한 정책적 대안이 부족했으며, 경제 불평등 문제의 본질적 해결을 시도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다양성을 강조하는 레토릭과 고학력 전문직이 이끄는 민주당 이미지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반감이 더 커졌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당선도 간신히 이룬 것이다. 트럼프의 수차례 실책과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오히려 대선 이외의 선거는 승리로 보기 힘들 정도다. 연방하원은 27개 격전지 모두 민주당이 패배했고, 현역의원 낙선도 민주당 13명 대 공화당 0명이었다. 연방상원은 격전지 14개 중 6개만 민주당이 승리했고, 1월 초 조지아주 결선투표 덕분에 겨우 50대 50이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러 종류의 공직 후보를 한 정당 출신으로만 다 뽑는 '일렬투표(straight ticket voting)'가 2020년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바이든을 찍은 사람들은 민주당에 투표한 것이 아니라 반 트럼프에 투표했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인구의 민주당 지지 감소도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메릴랜드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연방정부를 한 정당이 다 장악하고 있을 경우, 반대 정당이 권력을 잡고 있는 주의 정책이 훨씬 더 많이 반대 정당 쪽으로 바뀐다고 한다. 연방정부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는데,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도 많은 주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했었다. 현재 투표권 제한과 이민정책에서 중요한 변화가 예상된다. 총 28개 주의회에서 투표권을 제한하려는 106개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유권자 등록과 우편 투표의 접근성을 낮추고 신분증 제시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들인데, 민주당에 불리한 방향이다. 또, 불법이민자 추방을 유예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이 텍사스주의 소송 승리로 잠시 스톱 상태이다.

높은 투표율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상황이 지속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이전에 투표를 하지 않았던 유권자가 이번 선거에 참여한 경우 '내 표로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가장 큰 동기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쉽게 실망으로 바뀌기도 한다. 내가 뽑은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원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다시 투표하러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민주당도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탄핵이나 공화당 비난 일변도에서 빨리 벗어나 지역 정당 조직을 튼튼하게 재정비하고 주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애리조나와 조지아의 민주당이 지난 10여년간 이러한 변화를 추진해서 성공한 예이다. 또, 대통령과 연방의회가 진보 어젠다를 지나치게 밀어붙일 경우, 오히려 민주당에 불리하게 사태가 바뀌면서 2년 뒤 중간선거에서 대패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오바마 당선 이후 2010년 티파티 운동과 공화당의 중간선거 대승이 오버랩되는 것이다.

민주당 앞에 꽃길만 있지는 않아 보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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