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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피해자 '장애 정도' 낮아 가중처벌 NO?… 대법 "다시 재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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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피해자 '장애 정도' 낮아 가중처벌 NO?… 대법 "다시 재판하라"

입력
2021.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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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장애인 상대 성범죄' 가중처벌 불구
1·2심 "피해자 장애 경미" 가중처벌 적용안해
대법 "비장애인 시각서 판단 안돼" 파기환송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겉모습만으로는 비장애인으로 보일 만큼 상대적으로 가벼운 수준의 신체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한 성범죄도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현행법은 성범죄 피해자가 장애인일 땐 가해자를 가중처벌토록 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장애인 보호를 위해선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장애의 경중을 쉽게 단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5일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장애인 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장애인 강간은 무죄, 형법상 강간은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3년 10월부터 2014년 1월 사이 이웃집에 사는 지체ㆍ시각장애 3급 여성 B씨를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 왔다.

성폭력처벌법에 따르면,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더욱 무겁게 처벌된다. 예컨대 형법상 강간죄의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인 반면, 장애인 강간죄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1심은 그러나 통상적인 형법상 강간ㆍ강제추행 혐의만을 인정해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B씨가 어릴 적 앓은 소아마비로 걸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스스로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해 보이고, 지능 수준도 보통”이라는 이유를 들어 가중처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단순한 지적장애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는 경우에만 장애인 강간죄를 의율할 수 있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2심도 검사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다만 항소심은 “1심이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의 정신장애가 있어야만 장애인 성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인지ㆍ항거ㆍ대처능력 등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를 가중처벌 가능 기준으로 제시했다. 1심 재판부보다는 폭넓게 해석한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에게 장애인 강간 등 혐의를 적용해 다시 재판하라’고 주문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신체적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신체적 기능이나 구조 등의 문제로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사람’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신체적 장애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자 상태가 충분히 고려돼야 하고, 비장애인의 시각과 기준에서 판단해 ‘장애가 없다’고 쉽게 단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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