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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가 문제다

입력
2021.02.2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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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서적이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전 세계에 동시 출간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서적이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빌 게이츠는 최근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이란 책을 내면서 ‘세계 최고 부자’ ‘사회사업가’에 이어 ‘환경주의자’ 칭호도 얻게 됐다. 그가 제시한 목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50년부터 '0(넷 제로)'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한 주요 수단은 획기적 신기술이며, 게이츠는 이를 위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 대기 중 탄소를 포집하는 장치나 화산 폭발 시 기온이 떨어지는 효과를 모방하기 위해 대기에 황산염 입자를 쏘는 기술 등이 그가 지원해 온 연구다.

□환경 운동가들 사이에선 게이츠의 ‘신기술 해결책’이 오히려 탄소 감축 노력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기술 출현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탄소 감축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존재하는 재생에너지 및 저장기술만으로도 2030년까지 전 세계 필요 에너지의 80%, 그리고 2050년에는 100%를 공급할 수 있다. 결국 진짜 문제는 이런 기술을 적극 보급하기 위한 정책과 추진력의 부족이다.

□빌 게이츠가 지원한 신기술 중 성공한 것도 거의 없다. 태양광을 사용하는 자급자족형 화장실은 빈곤국의 열악한 위생환경 개선용으로 수천만 달러를 들여 개발했는데, 개발 10년이 다 돼서야 겨우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최악은 단연 신형 원자로 개발이다. 처음엔 우라늄보다 흔하고 안전한 토륨을 원료로 하는 원자로에서 시작해 연료봉 교체 없이 100년간 발전 가능한 이동파 원자로(TWR) 개발로 이어졌는데 역시 10년이 지나도록 연구단계다.

□게이츠의 책보다 조금 앞서 출간된 마이클 만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의 ‘새로운 기후 전쟁’이 보다 현실적 해결책을 제시한다. 만 교수는 지난 1,000년 동안 지구 대기 온도를 분석해 산업화가 시작된 최근 200년간 급상승했음을 입증했으며, 이를 보여주는 그래프 ‘하키 스틱 곡선’으로 유명하다. 그는 천연가스 같은 징검다리 연료, 탄소 포집 지구공학 같은 거짓 해결책에 속지 말라고 말한다. 또 당장 탄소에 가격을 매기는 배출권거래제를 강화하라고 촉구한다. 그리고 기후변화는 긴급사태지만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비관론을 멀리하라고 충고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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