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반도체·배터리 등 필수 전략부품의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이들 품목의 공급망을 점검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최근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칩 부족으로 줄줄이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의 사태를 다시 겪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는 결국 전략 품목의 미국 내 생산을 늘리겠다는 포석인데, 동맹국인 한국의 'K반도체' 'K배터리' 산업은 적잖은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진다.
'반도체 최강' 미국, 생산은 중국에 뒤져
바이든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100일간 공급망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4대 품목은 △반도체 △전기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이다.
이는 모두 코로나19 사태 속에 미국이 해외 조달에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은 전략 물자다. 미국은 이들 품목이 경제를 넘어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평소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미국은 세계 반도체 매출의 47%를 장악한 최강자다. 하지만 주로 설계만 하고 생산의 대부분(80%)은 대만의 TSMC 등 아시아 기업에 맡기고 있다. 1990년만 해도 세계 반도체의 37%가 미국에서 생산됐지만, 지금은 이 비율이 12%에 불과하다. 기술 패권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13.9%)은 막대한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최근 반도체 생산 부문에서 미국을 제쳤다.
대대적 투자 예고… "삼성전자 혜택"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반도체 수급난을 해결하기 위해 370억달러(한화 41조원)의 단기자금이 필요한데 이를 추진하겠다"며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곧바로 "미국에서 더 많은 칩이 생산될 것"이라며 환영 성명을 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을 안정시키려면 자국 내 생산 비율을 늘릴 수밖에 없다. 다만 "새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려면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다(워싱턴포스트)"는 지적처럼, 당장 미국 주도로 생산 공장을 짓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막대한 보조금을 내세워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유치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신뢰할 파트너와 더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미국에 반도체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인 삼성전자가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안기현 반도체협회 상무는 "미국이 삼성 유치를 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안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과의 협력이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K배터리 외 대안 없어… 업계 '반색'
세계 시장에서 일본, 중국과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이는 우리 차량용 배터리 기업들도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K배터리에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미국은 배터리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쟁력이 없다. 미국이 설령 자체 산업을 키운다며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일정 수준의 생산시설을 갖추는 데 최소 7년은 걸릴 거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더구나 이번 행정명령의 주요 타깃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CATL 등 중국 업체들이 미국에 진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재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거나 짓고 있는 배터리 업체는 총 4곳이다. 이 중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와 도요타에 물건을 대기도 벅찬 실정이다. 결국 미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파트너로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외 딱히 대안이 없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미국에서의 사업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미국 공장을 기반으로 향후 적극적으로 생산능력 확대 전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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