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째 동결
경제 완만한 회복세 보이나 회복 속도 불확실 판단
미 연준, 완화 기조 재차 강조도 금리 동결에 영향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국내 경제가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소비와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아 실물 경기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이 단호하게 기존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유지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한은에는 '금리 동결'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7월 이후 여섯 번 연속 기준금리 동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와 같은 연 0.5%로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가 심각해지자 기준금리를 기존 1.25%에서 0.75%로 크게 끌어내렸고, 두 달 뒤인 5월 금리를 0.5%로 다시 내렸다. 이후 7월부터 열린 5번의 금통위에서는 모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국내 경제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이 시장 금리를 밀어 올리면서 한은의 통화 완화 기조가 바뀔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 수준에 머물렀고,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고용도 부진하다"며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이 우려할 정도도 아니고, 고용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아직 충분히 회복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미 연준, 인플레 우려 일축...한은 나홀로 금리 상승 '언감생심'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미 연준의 단호한 입장도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을 이끌어낸 중요 이유 중 하나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24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목표치까지 3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며 "고용과 물가 상황을 보면서 제로(0)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하며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은이 '나 홀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한은은 최근 자산시장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는 자금 흐름에 유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과도한 자금이 쏠리면서 가계부채 잔액이 1,70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 안정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통위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그간 정책 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흐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 변화에 유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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