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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킹', 생각이 들린다니 소재는 신선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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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킹', 생각이 들린다니 소재는 신선하지만...

입력
2021.02.2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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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오스 워킹'.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카오스 워킹'.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생각에 입이 달린다면 어떻게 될까. 머릿속 생각이 실시간으로 가까이 있는 타인에게 들린다면 말이다.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SF 스릴러 ‘카오스 워킹’(24일 개봉)은 이처럼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한다.

지구를 떠나 ‘뉴월드’에 정착한 사람들은 생각이 소리나 이미지로 노출이 되는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다. 프렌티스타운의 시장 데이비드(매즈 미켈슨)처럼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릿속의 소음을 숨기지 못한다.

프렌티스타운은 여자 한 명 없이 죄다 남자들뿐인 이상한 곳이기도 하다. 시장은 원주민 생명체인 스패클이 여자들을 모두 죽였다고 말한다. 그런 이유로 마을의 유일한 소년 토드(톰 홀랜드)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여자를 만난 기억이 없다. 우주선을 타고 마을 인근에 불시착한 소녀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를 발견한 토드는 그에게선 노이즈가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시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필사적으로 소녀를 잡으려 하고, 시장에게 소녀의 등장을 처음 알렸던 토드는 바이올라와 함께 이웃 마을 파브랜치로 향한다.

‘카오스 워킹’은 2010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된 패트릭 네스의 3부작 소설을 토대로 한다. 3부작 중 3번째 책이 2011년 최고의 영국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카네기 메달을 받은 것을 비롯해 원작 소설은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고 34개국에 판권이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영화 ‘카오스 워킹’은 3부작의 1권 ‘절대 놓을 수 없는 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원작이 그렇듯 영화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생각이 들리고 보인다는 설정이다. 글자로만 표현하는 소설에 비해 영화가 유리한 지점이기도 하다. SF 스릴러와 서부극을 결합한 듯한 영화는 자세한 배경 설명을 미룬 채 토드ㆍ바이올라와 시장 일당의 추격극에 초점을 맞춘다. 지구인들은 어쩌다 외계 행성에 정착하게 됐는지, 프렌티스타운에는 왜 여자가 없는지, 스패클은 어떤 존재인지 ‘떡밥(복선이나 단서)’만 던져주고선 적절한 해답을 주지 않은 채 끝을 낸다.

생각을 숨기기 위해 애쓰지만 늘 들켜버리고 마는 토드의 모습처럼 노이즈라는 설정은 꽤나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러나 영화는 단순한 추격극 위주로 흐르며 시간이 지날수록 긴장감을 감소시킨다. 추격의 과정은 느슨하게 전개되고 감정과 긴장을 한껏 끌어올려야 할 결말부도 서둘러 끝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나중에 플롯을 끌고 갈 단서들을 잔뜩 뿌려놓고선 궁금증을 해소하지 않아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소 허탈한 느낌마저 준다. 1권의 제목이 ‘절대 놓을 수 없는 칼’인데 정작 영화에서 칼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본 아이덴티티’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보여준 덕 라이먼 감독의 차진 연출력을 아쉽게도 여기선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 촬영을 마쳤으나 2년 뒤 재촬영을 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개봉해 상영 첫날인 24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편 제작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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