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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의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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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의 그 아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입력
2021.02.26 04:30
수정
2021.03.19 10: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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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가 100권을 맞았다. 창비 제공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가 100권을 맞았다. 창비 제공


“어른의 문제는 곧 청소년의 문제이고, 청소년의 문제는 곧바로 어른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청소년문학에서 제쳐두어야 할 소재는 없다. 이 세상에서 일어날 만한 것 가운데 청소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얘기이면 그만이다.”

‘청소년문학의 개척자’로 불리는 박상률 작가가 2016년 펴낸 ‘나와 청소년문학 20년’에서 한 말이다. 박 작가는 1997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소설 ‘봄바람’을 내놓으며 ‘청소년문학’이란 말을 처음으로 썼다. 이전까지만 해도 성인문학과 아동문학 사이에서 ‘낀 문학’ 취급을 받았던 청소년문학은, ‘봄바람’을 비롯해 사계절이 청소년 독자를 겨냥해 내놓은 ‘1318 시리즈'가 성공하면서 본격적인 시장을 열어 젖혔다.

사계절이 청소년문학 시장의 물꼬를 텄다면 창비는 시장의 판을 키웠다. ‘봄바람’ 출간 이후 꼬박 10년 뒤인 2007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완득이’를 냈다. ‘완득이’는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공전의 대히트를 기록했고, 이어 2회 수상작인 ‘위저드 베이커리’까지 연타 홈런을 치면서 ‘청소년문학’이라는 단어를 안착시켰다.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 등 역대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을 포함해 다양한 외서, 신인작가의 작품, 소설집, 장편소설을 소개해온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가 100권을 맞았다. 지난 14년간 꾸준히 이어온 청소년문학 시리즈의 100번째를 무엇으로 기념할지 고심하던 편집부는, 그간 수많은 청소년과 어른들을 웃고 울게 만든 작품들의 뒷이야기만을 모아보기로 했다. 최근 출간된 ‘두 번째 엔딩’은 ‘우아한 거짓말’, ‘싱커’, ‘1945, 철원’, ‘그 여름의 서울’, ‘모두 깜언’, '아몬드', ‘버드 스트라이크’, ‘페인트’, ‘유원’까지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작들의 에필로그를 모은 선집이자 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의 100번째 작품이다. 모두 이번 기획을 위해 작가들이 새로 쓴 것들이다.

두 번째 엔딩

  • 김려령 외 지음
  • 창비 발행
  • 320쪽
  • 1만3,000원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로 청소년문학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던 김려령 작가는 ‘언니의 무게’에서 동생 천지의 죽음 이후 그 빈 자리를 감당하는 언니 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아한 거짓말’이 평범해 보였던 열네 살 소녀 만지의 자살을 둘러싸고 그 이유를 추적해가는 과정에 보다 집중했다면, ‘언니의 무게’는 남겨진 가족이 견디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린다. “천지는 벌써 청소년 자살률 통계로만 남았다(…) 어떤 이에게는 영원히 아픈 현실이 다른 이에게는 통계상의 나타나는 수치일 뿐이었다”는 만지의 독백은, 이야기는 끝나고 그리움은 쉬이 종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작에서는 등장하지 않았거나 단역에 불과했던 인물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기도 한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성장을 그린 소설 ‘아몬드’로 큰 사랑을 받았던 손원평 작가는, 단편 ‘상자 속의 남자’를 통해 ‘아몬드’ 바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상자 속에 갇힌 것처럼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한 남성은, 우연한 계기로 '아몬드'의 등장인물들과 차례로 맞닥뜨리게 된다. 일종의 목격자로서 이들이 겪은 일을 바라보게 되고, 이를 통해 조심스레 자신의 삶에서도 변화를 시도하려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작가. 창비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 작가. 창비 제공


본편에서는 미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내기도 한다. ‘위저드 베이커리’, ‘아가미’ 등 청소년문학과 판타지를 결합시킨 ‘영어덜트’ 장르를 이끌어온 구병모 작가는, 단편 ‘초원조의 아이에게’를 통해 전작 ‘버드 스트라이크’의 프리퀄을 들려준다. ‘버드 스트라이크’가 날개를 가진 익인 비오와 도시인 루를 둘러싼 세계를 그렸다면 ‘초원조의 아이에게’는 익인과 도시인의 혼혈인 비오가 탄생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기존 장편의 판타지 설정이 짧은 단편 안에도 효과적으로 압축돼있다.

책의 말미에는 각 단편을 쓴 작가들의 짧은 소회도 함께 실려 있다. 독자들만큼이나 작가들 역시 그 이후의, 그 바깥의, 그 이전의 이야기가 궁금했으리라는 짐작이 든다. 책장을 덮은 이후에도 아이들은 자라니까, 이야기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세 번째, 네 번째 엔딩을 거듭하면서.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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