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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오면 아이폰, 출산하면 빚 탕감"… 대학·지자체 생존경쟁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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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오면 아이폰, 출산하면 빚 탕감"… 대학·지자체 생존경쟁 '스타트'

입력
2021.02.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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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된 인구절벽... 생존경쟁에 몰린 대학·지자체?
전문가 "노동력 '질' 높여야... '일과 가정의 조화' 추구"

지난 19일 부산 동구 좌성초등학교 모습. 전교생이 56명인 이 학교는 68년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고 3월 1일 자로 범일초등학교와 통합된다. 부산=연합뉴스

지난 19일 부산 동구 좌성초등학교 모습. 전교생이 56명인 이 학교는 68년 역사를 끝으로 문을 닫고 3월 1일 자로 범일초등학교와 통합된다. 부산=연합뉴스


# '합격자의 손에 쥐어지는 특급선물, OO대 가고 아이폰 받자!' 광주 A대학이 지난해 수시모집 당시내걸었던 홍보물이다. 수시모집에 최초 합격해 등록하면 아이폰을, 충원 합격으로 등록하면 에어팟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A대학은 "물품 수급이 어려우면 아이폰은 현금 55만원, 에어팟은 20만원으로 대신 지급하겠다"며 비상 시 현금 지원 방안까지 내놨다.

# 경남 창원시는 시민이 결혼하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뒤, 아이를 낳으면 시가 단계적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을 지원하는 내용의 '결혼드림론'을 최근 발표했다. 결혼할 때 1억원을 대출해 첫째 아이를 낳으면 이자를 면제해주고, 둘째 때 대출원금 30% 탕감, 셋째 때 전액 탕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창원시는 이 제도를 시행하면 4년 동안 인구 약 1만명 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대학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경쟁'이 이미 시작됐다. 1명 미만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된 한국에선 특별한 대응 없이 살아남기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회구조 개편에 서두르는 한편, 출산율 제고와 1인당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학에선 아이폰 주고 지자체에선 빚 갚아주고...

인구 감소로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대학이다. 해마다 규모가 쪼그라드는 학생을 두고 같은 수의 대학들이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신입생 대상 상품 지급은 물론 장학금 지원, 특성화 학과 개설, 성인반 모집 등 학생을 끌어모으기 위한 온갖 전략이 동원되는 이유다. 올해 대입 추가모집 인원이 16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지방 거점 국립대 9개교 모두 추가모집에 나서는 등 현재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인구 감소는 대학에 앞서 초·중·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에선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는 게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2018년 기준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으로 10년 사이 23.0% 급감했다. 정부는 2022년부터 한국외대 사범대 등 일부 대학의 모집정원을 축소하는 등 간접적으로 교원 감축 작업에도 착수했다.

출생률 하락에 더해 인구 유출까지 겪고 있는 지자체는 더 강한 인구 증가책을 내놓고 있다. 충남 청양군은 지금껏 첫째부터 셋째 아이에게 각각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을 지급하다, 올해부터는 500만원, 1,000만원, 1,500만씩 지원할 계획이다. 충북 제천시는 주택구매 시 5,000만원 이상을 대출한 가구에 첫째~셋째에 걸쳐 150만원, 1,000만원, 4,000만원을 주는 출산장려책도 내놨다. 셋을 낳으면 지자체가 5,150만원을 대신 갚아주는 셈이다.


"북유럽 출산율 0.2~0.3명 높이는데 수십 년... 갈길 멀다"

전문가들은 인구감소에 따른 대책으로 단기적으로 사회구조 개편을, 장기 관점에서는 출산율 제고와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학령인구, 지방인구 감소에 맞는 대응이 이미 이뤄졌어야 한다"며 "특히 지방대 개혁, 산학협력 등을 통해 청년들이 지방에서 교육받고 취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방에서 돈을 쥐어주며 출산을 장려할 게 아니라 교육, 경제 인프라 구축을 통해 청년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를 되돌리기 어렵다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적으로 노동력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 교수는 "북유럽 국가들의 경우 여성의 고용 참여가 높은 상황에서 '일과 가정의 조화'를 도모하고 사회가 아이를 돌보는 시스템을 마련해 저출산 문제를 일부 해결했다"면서도 "합계출산율 1.2~1.3명을 1.5명대로 높이는 데 수십 년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다른 선진국들의 주요 인구정책은 노동력의 '질'을 높여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사회에서 생산성이 높아진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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