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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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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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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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한국말에는 셀 때 쓰는 말이 다양하다. 길이, 무게뿐만 아니라, 대상별로 쓸 말이 다르다. ‘한 명, 한 마리, 한 송이, 한 그루’는 그 대상이 사람인지 아닌지, 꽃인지 나무인지 알려준다. 두부 한 모, 마늘 한 쪽에도 어울리는 말이 따로 있다.

어떤 말은 특정 대상을 함의하기도 한다. ‘둘, 셋, 여럿’에 ‘-이’가 더해져 ‘둘이, 셋이, 여럿이’가 되면 그 수량은 사람을 뜻한다. ‘한 사람’만 예외적으로 ‘혼자’란 형태로 쓴다. 짐승의 나이를 이르는 특별한 말도 있다. 하릅강아지, 하릅망아지, 하릅비둘기처럼 개, 말, 소 등의 나이는 ‘하릅, 두습, 세습, 나릅, 다습, 여습’이라 한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에서 주인공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강아지다. 사회적 경험과 지식이 얕은 어린 사람이 철없이 덤빌 때 어울리는 표현이다.

‘하루, 이틀, 사흘, 며칠’은 날을 세는 말이다. 일일, 이일, 삼일 등을 더 많이 쓰지만, 말무리가 하룻강아지에서 ‘하루’를 떠올릴 정도로 제구실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하릅’과 같이, 어떤 말이든 말무리가 안 쓰면 잊힌다. 20년 전의 일이다. 일본인 교수가 수업을 등록하러 왔는데, 같이 온 한국인 대학생이 ‘사흘’을 ‘사일(四日)’이라 통역했다. 흠칫 놀라는 나에게 “사흘이니까 4일 아닌가요?”라고 손가락 4개를 펴 보이며 반문하는 것이다. 잠시 헷갈릴 만큼 누군가에게 ‘사흘’은 멀어진 말이었다. 이미 언어사가 된 ‘온(百), 즈믄(千)’을 되새길 때, 말을 지키는 방법은 쓰는 것이다. 오늘은 우리 집 강아지를 나이로 불러 보자.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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