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성이 지난 16일 ‘오리발 귀순’을 시도할 당시, 감시장비에 10차례 찍혔지만 군은 이 가운데 8차례나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당국이 지난해 7월 ‘강화도 탈북민 재입북 사건’ 당시 전면 보완을 약속한 배수로 관리 역시 취약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체형 잠수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헤엄쳐 남하한 북한 남성은 배수로를 통과해 아무 제지 없이 민간인통제선 내 제진검문소가 있는 7번 국도까지 내려왔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비태세검열단의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보음 2회 울렸는데... 왜 8차례나 감지 못했나
합참에 따르면 이 남성이 최초로 남한 땅을 밟은 시간은 16일 오전 1시 5분이었지만, 이를 최초 인지한 시점은 3시간이 지난 오전 4시 16분이었다. 3시간 10여분 동안 이 남성은 총 10차례 군 감시장비에 찍혔다. 하지만 8번째 포착된 오전 4시 14분까지 군 당국은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명백한 경계작전 실패다. 해당 구역을 관할하는 22사단장에 보고된 시간은 오전 4시 50분이었고, 합참에는 오전 4시 57분에 보고됐다.
합참 관계자는 “오전 1시 5분에서 30여분 동안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감시장비에서 5회 포착됐을 당시 물체의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울리는 경보가 두 차례 울렸다"며 "그러나 당시 영상감시병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감시병이 화면상에서 감지시스템의 기준값을 설정하는 작업을 했는데 경보음과 함께 팝업창이 울렸지만 이를 몰랐다”고 덧붙였다. 당시 부사관은 부대와 통화 중이었고, 감시병들은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北 남성 통과한 '배수로'는 군이 인지도 못해
귀순을 시도한 북한 남성이 낮은 수온(당시 6~8도)에, 6시간 동안이나 헤엄을 치고 남하할 수 있었느냐 하는 부분도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의문점이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해당 인원이 안에 패딩형 점퍼를 입고 일체형 잠수복을 착용해 부력이 작용한 데다 당시 해류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러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 해군 잠수교본상으로도 수온 7도에서 수영 5시간 이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북한에서 어업과 관련된 부업에 종사해 물에 익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해안에 도착하자마자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은 이후 배수로를 통과했고, 민통선 이남 지역에서 오전 7시 27분쯤 발견됐다. 당시 이 남성은 패딩 차림으로 하반신에 낙엽을 덮고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고 한다. 주변에서는 이 남성이 착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마스크가 놓여 있었다.
합참은 지난해 ‘강화도 탈북민 재입북 사건’ 당시 공언한 배수로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합참 관계자는 “전수조사 당시 해당 부대는 45개 배수로를 발견해 조치했지만, 이번에 당시 발견되지 않은 배수로 3개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배수로 출구가 돌출되지 않아 외부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북한에서 부유물이 자주 떠내려와 미확인 지뢰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라고 한다. 군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방부 차원에서 인사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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