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남녀, 대만서 딸 살해 및 유기 혐의
대만 경찰 CCTV 100대 분석 등 증거 확보
양국 '범죄인 인도협정' 안돼 정식 조사 못해
2년 전 대만에서 발생한 여자 신생아 살해 및 시신 유기 사건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싱가포르 남녀가 고국으로 돌아가서다. 최근 이 사건이 싱가포르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23일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2019년 2월 2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신생아를 살해하고 유기한 혐의로 싱가포르 남성 A(25)씨와 여성 B(26)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대만 검찰은 앞서 17일 "이 남녀가 유죄임을 확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당시 B씨는 A씨와 함께 타이베이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아기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기 시신은 타이베이 한 식당의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진 뒤 쓰레기차에 수거돼 10㎞ 떨어진 재활용시설로 옮겨졌다. 재활용업체 직원은 쓰레기 봉투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태반과 탯줄이 손상되지 않은 상태의 신생아 시신을 발견했다.
대만 경찰은 100개가 넘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이민 기록을 확인한 뒤 A씨와 B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두 사람은 아기를 버린 날 오후 숙박료를 계산하고 호텔을 나와 싱가포르로 돌아갔다. 두 사람이 머물렀던 호텔 방 욕실 배관에선 태반 조각이 발견됐다. 재활용시설에서 발견된 아기의 DNA와 일치했다. 대만에서 이뤄진 법의학 검사 결과 아기는 태어날 때 살아있었다.
그러나 A씨와 B씨를 데려와 조사할 권한이 대만 당국엔 없다. 싱가포르와 대만이 '범죄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만 당국은 "두 사람이 대만에 다시 입국해야 체포할 수 있다"라며 "싱가포르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경찰은 2년 전 대만 당국의 요청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싱가포르 경찰은 "당시 B씨가 임신을 하지 않았고 A씨는 쓰레기 봉투를 버리기 위해 호텔을 나간 적이 없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와 B씨는 지난해 10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약혼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이들이 이웃들마저 "오래 전에 봤다"고 말할 정도로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현재 은둔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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