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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운명' 맡기고... 신현수의 '불안한' 깜짝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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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에 '운명' 맡기고... 신현수의 '불안한' 깜짝 컴백

입력
2021.02.23 04:30
수정
2021.02.23 06:3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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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했다고 청와대는 22일 밝혔다. 사진은 같은 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과 신현수 민정수석,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신현수 민정수석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했다고 청와대는 22일 밝혔다. 사진은 같은 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문재인(왼쪽부터) 대통령과 신현수 민정수석,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시스


사의를 밝히고 휴가를 떠났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업무에 복귀했다. 이날 오전까지 신 수석이 청와대를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며 일단 잔류를 택했다.

청와대는 "(사의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했지만, 정치권 전망은 '시한부 봉합'에 기울어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 수석이 워낙 거칠게 충돌한 데다, 대통령에 사표로 항명한 참모를 그대로 두는 것도 기강이 서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다만 폭을 최소화해 이날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검찰과 당정청 휴전 메시지'로 해석해 사의 파동이 정리될 것이라고 점치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거취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민정수석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①모두의 예상 깨고... 깜짝 컴백

신 수석은 나흘 간의 휴가에서 복귀하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문 대통령에게 맡겼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신 수석이 '최선을 다해 집무를 수행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대통령 주재 수석ㆍ보좌관회의를 비롯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의 수 차례 만류에도 한동안 사의를 접지 않았다. 주말을 거치며 신 수석은 법조계 인사 등 주변 지인들에게 '그만두는 게 맞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신 수석이 사의를 거두지 않은 채로 18일 휴가를 떠난 것 자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신호로 읽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에 거취 일임'은 그야말로 깜짝 결론이었다.

신 수석은 자신의 선택으로 문 대통령이 상처 입는 상황을 걱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법조계에서 신 수석에 대한 공통된 인물평은 '착하고 올곧다'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 임기 후반을 자신 때문에 얼룩지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수석이 끝내 청와대를 나가면 '청와대 내분' '레임덕 징후'라는 해석이 쏟아질 터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신 수석이 (주변 인사들의) 설득과 조언 등을 고려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②'임시' 봉합... 갈등은 진행형?

신 수석의 직무 복귀를 알리며 청와대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여기엔 '갈등 봉합'으로 비치기 바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신 수석이 휴가 중 검찰 중간 간부 인사를 두고 법무부와 협의를 했다는 점도 청와대는 공개했다. 청와대는 "신현수 수석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감찰을 건의한 적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해 갈등의 불씨를 차단했다.

그러나 '완벽한 봉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신 수석이 사의를 최종적으로 철회한 건지, 계속 민정수석을 맡기로 한 건지 등에 대해 청와대는 명확히 확인하지 않았다. '일단락'의 대상이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제 대통령이 결정할 시간"이라고 했는데, 이는 문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신 수석이 떠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청와대는 신 수석의 거취가 문 대통령의 '고민'과 '의중'에 달렸다고 거듭 확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③아무도 패하지 않았으나...여전한 상처

문 대통령은 '20년 지기'인 신 수석이 항명하는 것처럼 자신을 떠나는 최악의 그림은 피하게 됐다. '대통령에게 거취 일임'은 신 수석에게도 당장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대통령을 배신한 참모'라는 여권 강경파의 비판을 피하는 동시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공언을 스스로 거두지 않게 됐기 때문이다.

22일 법무부가 단행한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 윤석열 검찰총장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은 박범계 장관의 '화해 제스처'라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신 수석과 박 장관의 업무 스타일부터 검찰개혁에 대한 철학이 물과 기름처럼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언제든 갈등은 재점화할 수 있다.

대통령이 절대 신임을 보낸 청와대 고위 참모가 공개적으로 사의 파동을 일으켰다는 점은 두고두고 비판의 소재가 될 것이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시즌2'도 당정청이 원하는 속도로 강행하기 어렵게 됐다. 신 수석의 존재 자체가 '계륵'이 된 측면이 있다는 얘기다.

이에 신 수석이 청와대에 머무는 시한이 "후임자를 찾을 때까지"라는 말이 여권에서 나온다. 민정수석실 소속 법무비서관, 반부패비서관 등은 이미 사의를 표명한 상태여서 조직 개편과 함께 자연스럽게 민정수석이 교체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신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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