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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젠더 이슈에 얼마나 민감한가

입력
2021.02.25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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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배복주 부대표와 정호진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다. 뉴스1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 배복주 부대표와 정호진 대변인이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종철 당 대표 성추행 사건 관련 대표단회의 결정사항을 발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했다. 뉴스1

우리 사회에는 지역, 세대, 정치 성향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대립 구도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젠더 이슈는 우리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주제이자, 그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슈이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 및 성별 갈등 심각성을 살펴봄으로써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2월 5~8일 남녀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10명 중 6명, "성별 갈등 심각", '직장 내 관계' 갈등 59%

우리 사회의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은 63%로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31%)보다 두 배 높았다. 성별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지만, 세대별로는 20대의 75%, 30대의 76%가 남녀 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해 연령이 낮을수록 성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높았다. 남녀 갈등의 원인이 되는 성차별은 주로 직장 등 사회생활 영역에서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 직장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61%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가정(35%), 학교(30%) 순이었다. 20·30대는 남녀 간 성차별 심각성 인식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20·30대 여자는 직장 내 성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응답이 각각 88%, 80%인 반면, 20·30대 남자는 각각 51%, 5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가정 내 성차별 문제 인식 차이도 컸는데, 20·30대 여자는 각각 73%, 56%가 가정 내 성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반면 20·30대 남자는 각각 30%, 32%에 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4명 중 1명, "인간 관계에서 성차별 경험", 20·30대 여성이 응답률 높아

그렇다면 실제 개인이 직접적으로 성차별을 체험하는 수준은 어떠한가. 최근 1년 내 본인의 인간 관계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6%였다. 20·30대 남녀 간 인식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20·30대 여자(각각 57%, 48%)는 20·30대 남자(각각 24%, 36%)에 비해 인간 관계에서의 성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높았다.

인간 관계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만을 대상으로, 어떤 관계 속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는지 물었다. 직장 내 동료나 상사와의 관계에서 성차별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59%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가족이나 친지와의 관계(41%), 이웃·친구들과의 관계(3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여자는 가족이나 친지와의 관계에서 성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52%로 남자(21%)에 비해 두드러지게 높았다.

10명 중 4명, "성차별적 콘텐츠 경험",유튜브 등 동영상이 대다수

온라인 영역에서의 성차별 경험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1년 사이 성차별적 콘텐츠 경험을 한 적이 있는지 물은 결과, 36%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남자(31%)보다는 여자(40%)의 경험이 높았고 20·30대는 각각 56%, 46%가 성차별적 콘텐츠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콘텐츠를 경험한 적이 있는 응답자 중 62%가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콘텐츠에서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어 블로그나 카페 게시글·댓글(52%), SNS(49%) 등이 높은 응답을 차지했다.

2018년 3월 1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한 학생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3월 18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평등문화를 위한 연극인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한 학생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남자가 살기 좋은 환경” 44% vs “여자가 살기 좋은 환경” 27%

성별 갈등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한 젊은층의 인식 격차가 심각하다. 전통적 남성 중심 사회 구조에 주목하는 인식과 함께 역으로 한국 사회가 여성 친화적 사회로 전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점차 강화되고 있는 듯하다. 우리 사회는 어떤 성별이 살기에 더 좋은 환경인지 물은 결과, 남자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이 44%로 다수였다. 반대로 여자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도 27%로 나타났고, 성별 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29%였다. 성별, 연령별로 뚜렷한 인식 차이가 확인된다. 여자는 59%가 남자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답한 반면, 남자는 오히려 여자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39%)이 남자가 살기 좋은 환경이라는 응답(29%)을 앞섰다. 20대 남자 중에서는 46%가, 30대 남자 중에서는 51%가 우리 사회는 여자가 살기 더 좋은 환경이라고 답했다. 반면 20대 여자 중 여자가 살기 더 좋은 환경이라고 답한 사람은 5%, 30대 여자는 9%에 불과하였다. 상대적으로 40대 이상의 고연령층에서 남녀 차이가 크지 않은 것과 대조된다.

성평등 실현 전망 비관적 응답이 절반 차지

더구나 한국 사회가 성평등 사회로 진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고 비관적이라는 점도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것을 막는 걸림돌이다. 우리 사회가 성평등을 실현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36%), 실현되지 않을 것(14%)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 특히 20대(오랜 시간이 걸릴 것+실현되지 않을 것 65%), 30대(61%) 등 젊은 세대에서의 전망이 50대(41%)와 60세 이상(40%)보다 비관적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남녀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지만, 그 문제의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나타나는 근원적인 인식의 갭이 성평등 전망에 대한 비관적인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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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제도적 리더십 부재도 문제

국정과 행정을 주도하는 행정부나 지방자치 단체가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긍정적 인식은 각각 43%, 34%에 그쳤다. 한국리서치가 2월 5~8일 진행한 12대 주요 분야별 정책평가(https://hrcopinion.co.kr/archives/17559)에서도 젠더 정책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2%에 불과했다. 법원(30%)과 국회(27%)의 양성평등 노력에 대한 평가는 더 인색했다. 양성평등을 위해 나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78%, 가정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57%로 높았다.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적·행정적 리더십에 대한 아쉬움이 엿보이는 결과다. 갈등이 아닌, 이해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갈 때이다.

젠더 갈등의 해결과 수평적 성평등 사회로의 전환은 대부분의 현대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 중의 하나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젠더 차별 자체의 심각성과 함께 젠더 문제를 바라보는 성별, 세대별 인식 격차가 심각하다는 것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근간이 되는 입법, 사법, 행정 전 영역에서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 결국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제도적, 정책적 노력은 젠더 이슈를 바라보는 현실 인식에서 나타나는 생각의 격차를 줄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소연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연구원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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