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재개 의지 확인, 대화 창구 확보
핵사찰 일부 제약… 정치적 해법 필요
유엔 핵 감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란이 최대 3개월간 핵사찰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각각 핵합의 준수와 제재 해제를 먼저 요구하며 핵협상 재개에 필요한 선행 조건을 놓고 기싸움 중인 미국과 이란에 입장차를 좁힐 시간이 생긴 셈이다. 다만 기존보다 사찰할 수 있는 핵시설 접근성이 떨어져 양국의 힘겨루기가 길어질 경우 자칫 이란에 대한 핵 통제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날 “IAEA의 목표는 매우 불안정한 현 상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며 “이란 내 IAEA 사찰단 인원은 줄지 않고 여전히 필요한 모니터링과 검증 작업이 계속된다”고 밝혔다. 그로시 총장은 이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상황을 위해선 정치적 협상이 필요하다”면서 대화 창구가 만들어졌음을 시사했다.
그간 IAEA는 2015년 체결된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ㆍJCPOA)’의 ‘추가 의정서’ 조항을 근거로 이란 내 핵시설을 제한 없이 사찰할 수 있었다. 불시 점검도 가능했다. 그러나 이란이 최근 핵사찰을 거부하면서 재논의에 들어갔고, 일단 사찰을 유지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 합의가 사찰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임시 조치라는 점이다. 이란에선 미국발(發) 제재 유지를 전제로 22일부터 일부 핵사찰을 중지시킬 수 있는 법안이 발효된다. 그로시 총장도 “그 법이 곧 적용되면, 유감스럽게도 추가 의정서는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법 적용으로 IAEA의 사찰 권한을 70%로 축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령 이란원자력기구가 핵시설 정보를 직접 관리하면서 3개월 안에 미국발 제재가 풀리면 IAEA에 해당 정보를 제공하되, 그렇지 않을 경우 영구 삭제하는 식이다.
앞서 이란은 JCPOA를 통해 핵 개발 포기 대가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빅딜에 합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는 2018년 핵합의를 일방 탈퇴한 뒤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핵합의 복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조 바이든 행정부는 18일 이란 외교관 입국 제한 완화와 이란 제재 복원 요구 철회 등 유화 조치를 내놓으며 이란과 핵협상 재개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탄도미사일, 지역 불안정 등을 추가 협상 대상에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단기간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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