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리튬이온 2차 전지 시장에서 글로벌 정상에 오른 건 10년 전인 2011년이다. 이러한 K배터리 신화는 3박자가 맞아 가능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먼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의 위상은 고 구본무 LG 회장의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이 이룬 성과다. 그는 부회장이던 1992년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영국 출장에서 한 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는 2차 전지를 보고 잠재력에 주목했다. 귀국길에 2차 전지 샘플을 직접 가져온 그는 처음엔 럭키금속에 맡겨 연구하게 했다. 사실 리튬은 가장 가벼운 금속이다. 1996년 럭키금속의 연구 조직은 LG화학으로 옮겨 간다.
2차 전지의 4대 구성 요소 중 3가지(양극재 음극재 전해액)가 모두 화학 물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회사 중 유일하게 화학을 기반으로 한 기업이 된 연유다. 구 회장의 드라이브와 수년간의 투자에도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일각에선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연구 개발에 집중하라”고 독려하곤 했다. 2005년 무려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그는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다독였다.
전자 산업이 2차 전지의 성장 토양이 된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리튬 이온 전지 시장에서 한국이 처음 강세를 보인 건 소형전지 시장이다. 노트북과 휴대폰, 캠코더 등을 만드는 업체들은 작지만 가볍고 오래 가는 배터리가 필요했다. 대규모 투자엔 수요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한데 LG와 삼성의 경우 워낙 자체 수요가 커 이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정책적 지원도 한몫했다. 통상산업부가 1997년 총 개발비의 3분의 2까지 정부 출연금으로 지원하는 중기거점기술개발사업으로 차세대 소형전지를 공모한 게 결정적이었다. 이를 통해 소형 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은 이제 전기차 시장의 폭발에 따라 중대형 2차 전지 시장까지 석권할 태세다.
과제도 적잖다. 여전히 소재 원천 기술력은 일본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알루미늄 파우치는 모두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고, 양극재를 굽는 노(爐) 기술도 일본 의존도가 높다. 중국이 기술력은 떨어져도 거대 내수 시장이란 무기로 자국 업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것도 변수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과정에 환경 규정을 적용하기로 한 것도 심상찮다. 노르웨이의 1월 자동차 등록 중 배터리가 들어간 차량의 비중은 88%에 달했다.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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