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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신고가 계약 후 취소' 1만2000건...전부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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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신고가 계약 후 취소' 1만2000건...전부 우연이었을까

입력
2021.02.22 20: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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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울산 신고가 거래 두 건 중 한 건 취소
변창흠 "상당히 심각한 문제"
업계 "집값 상승 계약 취소도 다수"

21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층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21일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한강변 고층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투기인가, 오비이락인가.'

신고가 신고 뒤 취소된 주택 매매계약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호가 상승이나 거래량 증가를 목적으로 매수·매도자가 허위로 계약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지만 등기 전 집값이 급등하자 계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22일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재된 지난해 아파트 거래 85만5,24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거래 취소된 아파트 매매 3만7,965건 중 신고가 갱신이 1만1,932건(31.9%)이었다. 서울에서 취소된 거래의 50.7%가 신고가 매매였고, 지난해 집값이 급등한 울산의 취소 거래 중 52.5%는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법인의 수상한 나홀로 아파트 소유

정치권은 이들 가운데 적지 않은 수를 이상 거래로 의심한다. 울산 울주군 두동면 '화목팰리스'의 경우 지난해 3월 3일에 16건이 거래됐으나 불과 한 달도 안 돼 모두 취소됐다. 취소된 거래 중 11건은 신고가였다. 이후 이 가구들은 지난해 5월과 7월에 다시 같은 가격으로 매매됐다.

해당 아파트 중 다수가 현재는 법인 소유다. 한국일보가 '화목팰리스' 등기부등본을 검토한 결과, 총 18가구 가운데 11가구를 한 업체가 소유했다. 이 중 8가구는 거래 직후 신탁처리 됐다. 등기상 이 업체의 위치는 부산 소재 빌라인데 사무실 전화번호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해당 거래가 일반적이진 않다고 본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동산팀장은 "최근 세법이 개정돼 신탁해도 세제 혜택은 받을 수 없다"며 "추측하긴 어렵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9층 한 개 동뿐인 화목팰리스 인근에 특별한 호재가 없다는 것도 의혹을 키운다.


지난해 신고가 신고 뒤 취소한 지역별 아파트 거래 비율. 강준구 기자

지난해 신고가 신고 뒤 취소한 지역별 아파트 거래 비율. 강준구 기자


짙어지는 시장 교란 의심... "허위계약 드러나면 수사 의뢰"

다른 지역에서도 의심 거래가 다수 있었다. 서울 광진구 '광진하우스토리한강'은 전용면적 141.54㎡가 지난해 8월 18일 17억6,000만원에 매매 계약됐다. 두 달 전 14억9,800만원 대비 2억6,200만원 급등했다. 그러나 이 거래는 다섯 달이 지난 올해 1월 25일 돌연 취소됐다. 그 새 해당 면적은 17억8,000만원까지 뛰었다.

일각에선 이를 시장 교란 행위로 본다. 이달 전까진 취소된 매매 계약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 맹점을 악용해 허위계약으로 집값을 끌어올렸단 것이다. 거래가 드문 부동산 시장 특성상 신규 집값이 곧 해당 단지의 시세로 자리잡기 때문이다. 거래량이 적은 지역에서도 같은 수법을 사용하면 매매가 활발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줄 수 있다.

정부는 신고가 거래 취소를 중요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실거래가 띄우기 거래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이 사안을 정밀히 조사해 허위·의도적인 거래로 드러나면 수사를 의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계약 후 집값 급등해 취소" 반론도

반면에 억울한 의심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집값이 급등한 탓에 집주인이 기존 계약을 취소하고 더 높은 가격에 새로 거래한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 경우 매수자에게 배액 배상을 해야 하지만 집값이 그보다 더 올랐기에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매 신고는 계약일부터 30일 이내이고, 소유권이전등기는 잔금 청산일부터 60일 이내라 매매와 등기일 사이 시차도 적지 않다.

업계에선 오비이락이라고 주장한다. 울산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공인중개사가 어떻게 개인 재산을 마음대로 건드릴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집값이 많이 올라 거래를 취소하겠단 사람이 비일비재하고, 계약이 해지되면 구청에 취소 사유도 신고해야 해 허위 계약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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