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숨진 아들이 남긴 울림" 암투병 父, 370㎞ 행진 나섰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의료공백에 숨진 아들이 남긴 울림" 암투병 父, 370㎞ 행진 나섰다

입력
2021.02.22 15:00
수정
2021.02.22 15:34
0 0

정성재씨 매일 16~20㎞ 도보
다음달 17일 청와대 도착 예정
"진상조사 재발방지 대책" 요구

숨진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54. 가운데)씨가 22일 오전 숨진 정군의 사망원인 조사와 공공의료화충을 요구하며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유엽이의 죽음은 의료공백으로 소외된 분들을 도와달라는 메시지입니다."

22일 오전 10시 경북 경산시 백천동 경산중앙병원 앞.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13번이나 받고도 숨진 유엽(당시 17세)군의 아버지 정성재(54)씨가 '정유엽과 내딛는 공공의료 한걸음'이란 문구가 적힌 노란색 조끼를 입고 도보 행진에 나섰다. 목적지는 370㎞ 떨어진 청와대.

이날 행진에는 정유엽사망대책위 등 시민사회단체회원 60여명도 "의료공백 진상조사 실시하라", "의료공백 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일부 구간을 같이 걸었다.

정씨는 "지난 1년 동안 아들의 죽음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 있는 답변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며 "알고보니 우리 사회에는 우리 아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의료 공백으로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이 많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들의 사망 과정은 물론 정부와 시민, 전문가가 함께 코로나19 의료 공백 전반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재발 방지 대책을 고민하고 근본적인 의료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숨진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54. 왼쪽 2번째)씨가 22일 오전 숨진 정군의 사망원인 조사와 공공의료화충을 요구하며 경산중앙병원 앞에서 청와대까지 도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직장암 3기인 정씨는 1년여 전 12차례에 걸친 항암치료 후유증으로 손발이 아직 저리다. 그런 그가 도보 행진에 나선 것은 아들이 숨진 이후 정부와 방역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데다 공공의료가 굉장히 취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씨는 "하물며 지역구 시의원 조차도 아들의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며 "왜 그들이 국민을 위해 나서지 않고 아픔을 위로해주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K방역에 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K방역이라는 성과 이면에는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희생된 분들의 눈물이 있다"며 "사회 전반적인 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유엽이가 우리들에게 던져준 울림의 메시지이자 아들과의 약속"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틑날인 23일에는 아들이 숨진 영남대병원을 들러 서울로 향한다. 청와대에는 내달 17일 오전 10시 도착한다. 정씨는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16~20㎞씩 걷는다. 시민단체 2명이 보조 요원으로 동행하고 경북 칠곡과 김천 등 특정 지역을 지날 때마다 30여명이 동참해 일부 구간을 함께 걷는다.

유엽군은 고교생이던 지난해 3월 18일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영남대병원에서 코로나19 검사만 13번 받는 치료를 받다 급성 폐렴으로 숨졌다. 41.5도의 고열에도 불구하고 경산중앙병원 응급실 등에서 진료를 받지 못했고, 구급차 탑승도 거부 당해 정군의 아버지가 직접 차량을 운전해 영남대병원으로 옮겼지만 입원 5일만에 숨졌다. 정씨는 아들이 입원 직전 사 준 마스크 2장을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

경산= 김재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