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율 15% 수마트라 1위... 州정부에 항의
주정부 "코로나 탓... 전국 증가율보다 낮아"
주민들 "행정 비효율과 능력 부족이 문제"
인도네시아 서북단 아체특별자치주(州) 주정부 건물 앞에 최근 축하 화환 10개가 줄지어 늘어섰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낸 화환들인데, 축하 메시지가 이채롭다. '수마트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이 된 걸 축하한다' '빈곤 우승자가 된 주지사에게 감사하다' '가난 1등 아체 축하' 등이다. 발신자는 '아체 주민들', '전 아첨꾼'이라고 돼 있다.
22일 드틱닷컴에 따르면 아체의 주도인 반다아체 주정부 청사 앞에 17일 다양한 화환이 전시됐다. 축하 형식을 갖췄지만 기실 모두 수마트라섬에 있는 10개 주 중에서 아체특별자치주가 가장 빈곤한 지역에 선정된 걸 비꼬는 내용이다. 경찰까지 출동했다.
실제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은 지난해 9월 기준 아체의 빈곤율이 15.43%로 수마트라섬에서 가장 높다고 최근 발표했다. 수마트라섬은 자바섬에 이어 인도네시아 2대 주요 섬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빈곤율은 10.19%이다. 지난해 3월 조사에서 아체는 수마트라섬에서 븡쿨루주에 이어 빈곤율 2위였다. 아체 주정부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결과"라며 "인도네시아 전체 빈곤율이 전년 동기 대비 0.97%포인트 증가한 걸 감안하면 같은 기간 0.42%포인트 상승한 아체는 양호한 편"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아체 주정부는 "빈곤율을 줄이기 위한 정책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체는 2000년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내전, 2004년 동남아 쓰나미로 인해 급속도로 가난해진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두 배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작 주민들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풍자 화환을 보낸 한 주민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위를 할 수 없으니 그 열망을 화환에 담아 보낸 것"이라며 "전염병보다 (주지사의) 행정 능력과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2005년 특별자치주가 되면서 중앙정부로부터 받고 있는 특별자치기금 운용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자치권을 인정받는 아체는 이슬람 관습법(샤리아)이 실질 지배하는 독특한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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