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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른다"

입력
2021.02.2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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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스티브 잡스

1973년, 만 18세 청년 스티브 잡스가 한 게임회사에 낸 입사 지원서. 게티이미지

1973년, 만 18세 청년 스티브 잡스가 한 게임회사에 낸 입사 지원서. 게티이미지


매킨토시 첫 PC(128K)를 출시한 이듬해인 1985년,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24~ 2011.10.5)는 이렇게 말했다. "우린 맥을 엄청 많이(zillions) 팔 테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그걸 만들었다. 맥이 대단한지 어떤지 판단한 것도 우리였고, 무슨 시장조사를 한 적도 없었다. 우리는 최고를 만들고 싶었다." 애플에서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복귀한 직후인 1998년 인터뷰에서도 그는 "우리도 업계 트렌드를 살펴보긴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소비자)들은 당신이 뭔가를 보여주기 전까진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고 말했다. 헨리 포드가 자동차를 만들기 전까지 사람들이 원한 건 '보다 빠른 말이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기 임무를 "훗날 사람들이 읽게 될 뭔가를 백지에 기록하는 것"이라 했다.

수요를 좇고, 남이 만든 걸 조금 개량해 환심을 얻어서는, 사업에서든 정치에서든 안전할지는 몰라도 도드라질 수는 없다. 잡스는 거기서 멈춰 새길을 개척했고, 그 길로 사람을 이끌었다. 그가 원한 건 세상을 바꾸는 거였다.

그의 가장 빛나는 업적도 그것, 큰 사업 큰 정치의 방법과 가능성을 펼쳐 보인 거였다. 그는 사과를 고르는 고객의 마음보다 썩은 부분을 도려낼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우선했고, 그렇게 도려낸 사과의 빈자리를 지치지 않고 응시하며 쉼 없이 나아가는 자신을 신뢰했다. 그 신뢰와 자신감을 세상이 보게 했다.

리드(Reed)대를 한 학기 만에 중퇴하고 캘리그래피 등 이런저런 강의를 청강하던 그가 1973년 온라인 게임회사 '아타리(Arari)'에 낸, 끼적거리듯 펜으로 쓴 입사 지원서가 2018년 경매에서 17만5,000달러에 팔렸다. 전공을 '영문학'이라고 밝힌 만 18세 청년 잡스는 주소란에 'Reed college'를 적고 자신의 성을 필기체 소문자로 썼다. 그 이력서로 그는 용케 취업했고, 거기서 또 한 명의 '스티브(Steve Wozniak)'를 만나 1976년 애플을 창업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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