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 환자 70% 정도가 두통 호소
수면무호흡 심해도 뇌종양 잘 생겨
뇌종양은 뇌에 생기는 종양이라는 두려움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아직 익숙한 질병은 아니다. 다른 종양보다 유병률은 편이다. 중앙암등록본부(2019)에 따르면 2017년 국내에서 발생한 뇌종양은 1,759건으로 전체 암 발생(23만2,255건)의 0.8%에 불과하다. 국내 뇌종양 환자는 2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윤완수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종양의 위치에 따라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거나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예방법도 특별히 없는 만큼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아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종양 발병 위치 따라 증상 달라
뇌종양은 뇌를 둘러싸고 있는 두개골 안에 생기는 모든 형태의 종양을 말한다. 조직과 이와 연결된 신경 및 뇌를 싸고 있는 수막 등에서 발생한다.
뇌종양의 종류는 다양하다. 먼저 종양이 발병 부위에 따라 원발성과 전이성으로 구분하고 조직 성질에 따라 양성ㆍ경계성ㆍ악성으로 나눈다.
양성 종양에는 뇌수막종ㆍ뇌신경초종ㆍ뇌하수체 선종 등이 있다. 악성 종양은 악성 신경교종ㆍ전이성 뇌종양ㆍ림프종 등이다. 뇌종양을 구성하는 세포에 따라 신경교종ㆍ뇌수막종ㆍ신경초종ㆍ뇌하수체종양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뇌종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손상ㆍ방사선ㆍ유전ㆍ연령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뇌종양 유병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늘어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뇌 및 중추신경계 암종(C70-C72)의 국내 5년 유병률은 2017년 기준 30~34세는 10만명당 8.0명인 반면, 65~69세는 16.8명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잠을 잘 때 코를 심하게 골면 공기 흐름이 완전히 혹은 부분적으로 차단되는 ‘수면무호흡증’이 심해도 악성 뇌종양이 발생할 위험이 1.67배나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지호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수면의학센터장)와 조재훈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기반으로 수면무호흡증 환자(19만8,574명)와 정상인(99만2,870명) 간의 뇌종양 발생 위험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뇌종양 발생 위험이 1.97배, 40~64세 중년층에서 1.66배 더 높았다. 또한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남성에서 1.82배 더 증가했다.
조재훈 교수는 “수면 중 호흡 장애가 빈번하게 나타나게 되면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저산소증, 호흡 장애로 인한 각성, 교감신경계의 과활성화, 수면 분절 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특히 뇌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했다.
이 밖에 담배를 피우면 악성 신경교종이 생길 위험이 1.22배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휴대전화 전자파에 의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증상은 발생 위치나 크기, 종양 종류, 크기, 커지는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ㆍ성격 변화ㆍ편측 마비ㆍ언어장애ㆍ발기부전ㆍ시력 저하ㆍ어지럼증ㆍ청력 감소ㆍ경련 등이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뇌종양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뇌종양 환자 70%가 두통 호소
뇌종양의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뇌종양으로 뇌 부피가 늘어나 뇌 속 압력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뇌종양 환자의 70%가량이 두통을 호소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 또는 새벽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신경에 종양이 있으면 후각ㆍ시각ㆍ청각 장애와 어지럼증, 안면마비, 연하장애, 음성변화 등이 생길 수 있다.
뇌하수체에 발생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 결손 증상을 동반한다. 소뇌와 뇌간에 발생하면 균형 감각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걷는 운동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의 좌측 측두엽에 발생하면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망상이나 경련을 보일 수 있다.
두정엽에 발생하면 편측으로 운동 및 감각 마비가 발생하고 단어의 발음에 부조화를 보이고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좌우를 혼동하거나 계산 능력이 떨어지고 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두엽 부위에 생기면 성격이 변하거나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와 인지기능이 낮아지기도 한다.
윤완수 교수는 “노인의 경우 치매 같은 인지기능 이상으로 뇌종양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기억력 저하나 행동 이상이 나타나면 뇌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다만 뇌종양 환자에서 기억력 저하 등 인지기능 변화는 환자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없고 주위에 명확히 표현되기 전까지는 가족도 알아차리기 어려운 만큼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종양 종류ㆍ위치 따라 치료법 결정
뇌종양을 진단하려면 1차적으로 영상 검사를 시행한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 내에 검사할 수 있지만 해상도가 낮아 작은 종양을 찾기 어렵고 정상 뇌조직과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자기공명영상(MRI)은 방사선 노출을 피할 수 있고 종양과 뇌의 선명하고 다양한 영상을 통해 종양 특징을 관찰할 수 있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촬영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단점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뇌종양 진단 시 MRI 촬영비가 국민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돼 비교적 저렴하게 촬영할 수 있다. 뇌종양 진단에 MRI를 필수 검사로 이용한다.
뇌종양 치료는 종양 종류ㆍ위치ㆍ증상에 따라 정한다. 노인의 경우 연령이나 기저 질환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뇌수막종ㆍ뇌신경초종ㆍ뇌하수체선종 같은 양성 종양은 수술이 원칙이다. 하지만 수술이 어렵거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에게는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으면 수술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악성 종양인 뇌암은 환자의 연령과 기저 질환을 고려해 치료법을 정한다. 외과적 절제술이 대부분 도움이 되지만 기저 질환이 심각한 고령 환자는 수술이 항상 우선되지는 않는다.
뇌하수체종양은 최근 대부분 내시경을 이용한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이 수술은 환자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 기저부나 뇌실, 뇌하수체 주위에 있는 병변에 한해 진행된다. 공간이 좁아 수술 기구를 사용해야 하는 현미경 수술보다 공간 확보가 수월하고 수술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면서 수술하는 ‘각성 수술’도 있다. 이 수술은 종양과 정상 기능의 뇌와 경계가 모호한 종양을 잘라낼 때, 정상적인 뇌 기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많은 종양을 떼어내 종양과 뇌 기능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목적이다.
윤완수 교수는 “뇌종양은 뇌라는 미지의 영역에 또 다른 미지의 질환인 종양이 발생하는 병”이라며 “평소 두통이나 시력저하, 기억력 장애 같은 증상을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세라고 소홀히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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