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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혹한에 떠는데… 멕시코 휴양지로 떠난 美 지역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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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혹한에 떠는데… 멕시코 휴양지로 떠난 美 지역구 의원

입력
2021.02.19 13:00
수정
2021.02.19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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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멕시코 휴양지 칸쿤행 항공기 탑승?
텍사스 혹한 피해 확산 속 비난 고조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8일 멕시코 칸쿤에서 텍사스로 돌아가는 항공기 탑승 전 칸쿤국제공항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칸쿤=로이터 연합뉴스

테드 크루즈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18일 멕시코 칸쿤에서 텍사스로 돌아가는 항공기 탑승 전 칸쿤국제공항에서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칸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州)에 불어 닥친 기록적 한파로 주민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이 곳을 지역구로 둔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가족과 함께 멕시코 휴양지로 몰래 여행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여론의 뭇매에 황급히 돌아왔지만 ‘거짓 해명’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게 됐다.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크루즈 의원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가족과 함께 멕시코 칸쿤행 항공기에 탑승하는 사진이 퍼졌다. 칸쿤은 멕시코 대표적 휴양지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크루즈 의원이 텍사스 휴스턴공항에서 플로리다주 포트로더데일을 거쳐 칸쿤까지 가는 유나이티드 항공편에 탑승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텍사스에 불어 닥친 엄청난 한파와 이에 따른 발전시설 가동 중단으로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구 의원의 외유 소식이 알려지자 비난이 쇄도했다. 텍사스는 최근 겨울 폭풍의 직격탄을 맞아 곳곳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가 벌어지고 있다. 한파로 끊긴 전기가 복구되지 않은 탓에 집 바깥 울타리를 뜯어내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아이들의 장난감으로 벽난로에 불을 지피는 사례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수도관 동파와 식량난까지 겹치면서 주민들은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 지역에서만 최소 20명이 숨졌고, 특히 크루즈 의원이 칸쿤행 항공기에 탑승한 17일에는 300만명 이상이 정전 속에서 추위에 떨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길베르토 이노호사 텍사스 민주당 의장은 성명에서 “크루즈 의원은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는 나약하고 부패하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정치인을 상징한다”며 “국민에 의해 선출됐지만 그들을 위해 일할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텍사스 민주당은 트위터에 ‘크루즈는 사퇴하라’는 해시태그를 달기도 했다.

텍사스 시민들이 18일 휴스턴에 위치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자택 앞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텍사스 시민들이 18일 휴스턴에 위치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자택 앞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휴스턴=AP 연합뉴스

비난 여론이 커지자 크루즈 의원은 이날 부랴부랴 휴스턴으로 돌아왔다. 그는 성명에서 “등교가 취소된 딸들이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고,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전날 밤 함께 비행기를 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아이들을 데려다 준 뒤 18일 돌아와 정전사태를 해결할 예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CBS뉴스는 크루즈 의원이 20일 돌아오는 항공편을 예약했다 급히 귀국 일정을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그가 딸을 핑계로 거짓 해명을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이날 부인 하이디 크루즈가 휴스턴의 지인에게 “집이 너무 추워(freezing) 떠난다”며 그들이 머물기로 한 칸쿤의 리츠 칼튼 호텔로 이들을 초대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 차원의 해외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와중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이를 어긴 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멕시코를 코로나19 최고 위험 수준인 4단계 ‘여행금지’ 국가로 분류한 상태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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