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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외교의 새 원칙, 겸양과 자제

입력
2021.02.21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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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제
조병제전 국립외교원장


비슷하지만 다른 바이든의 대중국정책
불확실성 더해가는 인도태평양 신질서
한국은 공존의 질서 구축에 기여해야

얼핏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정책은 트럼프 때와 다르지 않다. 인도태평양 전략을 이어가기로 했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서 중국과 ‘극심한 경쟁’을 말한다. 그러나 행간에 보이는 상황 인식과 추진 방안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겸양과 자제’를 말하는 부분이다. 지난달 인준청문회에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겸양(humility)’이 미국 리더십의 한 축이라고 했다. 국내에 할 일이 쌓여 있을 뿐 아니라 국제 문제의 많은 부분은 미국 이익과 관련 없기 때문이라 했다. 국내가 우선이며, 세계 경찰을 자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블링컨뿐만 아니다. CIA 국장이 된 번스는 작년 9월 "미국 패권 재건은 선택지가 아니며 미국은 겸양과 자제를 보여야 한다"고 썼다. 설리번 안보보좌관과 캠벨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중국과 공존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 패권’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 바이든 자신이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미국은 필수불가결한(indispensable) 나라’라고 했지만, 요즘은 이런 말을 안 한다. 트럼프 미국제일주의의 실패와 1월초 의회난입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역량에 대한 냉정한 인식과 중국 견제에 필요한 역량을 모은다는 현실적 목표가 있다.

2월 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연설을 블링컨 장관이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2월 4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연설을 블링컨 장관이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자연스러운 결과로서, 외교와 군사전략이 변화가 뒤따른다. 첫째, 테러와의 전쟁 이후 미국 대외정책의 중심이 되어온 군사력 대신에 외교가 전면에 나선다. 바이든이 2월 초 국무부를 방문, ‘외교에 힘을 싣겠다’고 한 것은 상징적이다. 2주 후 국방부에 가서는 “여러분이 바로 외교관”이라고 했다.

둘째, 군사력 구성과 배치도 바뀐다. 바이든 팀은 미국이 군사적 절대우위(primacy)를 추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미국도 중국처럼 A2/AD(반접근/지역거부)로 가고 미사일, 무인항공기, 잠수함 등 비용이 덜 드는 비대칭 무기체계를 지향해야 하며 동아시아에 집중된 군사력을 동남아와 인도양으로 분산하자고 한다. 오스틴 국방장관이 군사력 검토를 시작했으니 4개월 뒤에는 결과가 나온다.

윤곽이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은 대외경제정책이다. 미·중 경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것이 경제다. 그만큼 제대로 된 답을 내놓기 어렵다. 미국의 사정은 간단하지 않다. 7,400만 트럼프 지지자와 2년 후 닥칠 중간선거를 생각할 때, 바이든이 ‘국산품애용’ 강화 조치에 서명한 것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대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으니, 고육지책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중·EU투자보호협정을 서명하여 앞서 나가고 있다.

앞으로 쿼드(QUAD), 쿼드플러스, G7플러스, D-10, 경제번영네트워크(EPN), RCEP, TPP, 일대일로(BRI) 등이 인도태평양의 새로운 질서 구상에서 경쟁할 것이다. 겸양과 자제를 강조하는 바이든 외교는 배타적 진영 구축에 나서는 대신, 소규모 그룹을 기반으로 이슈 선점에 나설 것으로 본다. 한국도 한결 정교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중 사이 한쪽에 줄서기 하자는 발상은 애당초 답이 아니다.

미국 없이는 지난 세기 아시아의 번영을 가져온 질서를 유지할 수 없고, 중국 없이는 그 번영을 지속하기 어렵다. 미·중 사이의 선택에 내몰린다는 피해의식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 자만도 근거 없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10위 경제, 반도체와 2차전지 기술의 첨단을 달리는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공존의 질서를 만들어내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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