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은 "2공항 반대", 예정부지 주민은 "찬성"... 새 갈등 '불씨' 우려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반대 비율 높아
사업부지 성산읍 주민은 찬성 우세
국토부 결정 따라 새로운 갈등 예상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예정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제주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 반대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2공항 예정부지인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거꾸로 찬성 비율이 우세했다. 상반된 결과가 나오면서 국토부가 제2공항 추진 여부를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제주도는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의 요청에 따라 지난 15~17일 공동으로 실시한 제주 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2곳이 각각 만 19세 이상 도민 2,000명씩, 이와 별도로 성산읍 주민 500명씩 등 총 5,000명 대상으로 제2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찬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 결과 도민 중 반대 응답자의 비율은 51.1％로, 찬성 43.8％보다 7.3％포인트 높았다.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19％ 포인트) 밖이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역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2％ 포인트) 내이긴 해도 반대(47％)가 찬성(44.1％)보다 2.9％포인트 높았다.

반면 제2공항 유력지인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30％포인트 이상 높았다. 한국갤럽은 '찬성' 64.9％, '반대' 31.4％, 엠브레인퍼블릭은 '찬성' 65.6％, '반대' 33％로 조사됐다.

언론사들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도의회와 도에 전달하면, 검토 절차를 거쳐 국토부에 제출된다. 앞서 국토부는 제2공항 건설 찬반 여론조사와 관련,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보내오면 제주도 등 관계 기관과 협의,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제2공항 건립을 둘러싼 갈등 해결을 목적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동시에 또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공산이 크다. 애초부터 수속력이 부여되지 않았던 탓이다. 사업 추진에 있어 여론조사 결과 반영 여부에 대한 사전 합의가 없었다. 국토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찬반 양측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2015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이 후보지로 발표된 이후 6년여 동안 이어져 왔다. 2019년 2월 더불어민주당과 국토부는 제2공항 현안 해결을 위해 당정협의를 가졌다. 국토부는 도가 도민 의견을 수렴해 제출할 경우 이를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도와 도의회가 작년 12월 여론조사를 통한 도민 의견수렴에 합의했고, 이날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시각물_제주 제2공항 갈등 일지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