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에 다리도 없는 오지 마을 찾는 교사들
인터넷, 전기도 없어... 온라인 수업 불가능
교사들 "내 몸 젖어도 숙제 젖지 않아 기뻐"
당장에라도 휩쓸려갈 것 같은 급류에 사람 셋이 버둥거리고 있다. 오른쪽과 왼쪽에 선 사내들이 중앙에서 유독 자세를 잡지 못하는 한 사람을 어떻게든 강 저쪽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강 폭은 50m가 넘는다. 폭우로 불어난 강물은 성난 짐승처럼 쉴새 없이 이들을 때리고 흘러간다.
이들은 자진해서 물 속으로 들어갔다. 오로지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저 강 너머 오지 마을에서 자신들을 눈 빠지게 기다릴 아이들을 위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학교가 문을 닫자 교사들이 직접 험로를 마다하지 않고 숙제를 전해주러 가던 길이었다.
18일 콤파스에 따르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東)누사텡가라주(州) 한 오지 마을 교사들의 헌신이 담긴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에는 남성 3명, 여성 2명인 교사 5명이 차례차례 급류를 마다하지 않고 강을 건너는 모습이 담겨있다. 이들은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교대로 강을 건넜다.
프란시스쿠스 룸붕국립초등학교 임시 교장은 "지난달 28일 낮 12시30분쯤 먼저 강을 건넌 교사가 찍은 영상"이라며 "다행히 학생 과제가 담긴 종이는 비닐봉지로 한번 싸고 다시 가방에 넣어둬서 하나도 젖지 않아 기쁘다"고 콤파스에 말했다. 그는 "강에 다리가 없는데다 요즘 같은 우기에는 비가 많이 와서 급류를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사 9명에 학생 73명이 다니는 룸붕국립초등학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 마을에는 인터넷과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온라인 수업도 할 수 없다. 그러니 교사들이 직접 아이들을 만나러 갈 수밖에 없다. 어떤 학생의 집은 밀림 속을 헤집고 들어가야 한다. 도로가 없는 가파른 산길 4㎞를 걷기도 한다.
그래도 교사들은 기쁘다. "학생들 집에 도착하면 반기는 아이들과 학부모 덕분에 고생이 싹 가시고 자긍심이 남거든요." 온몸이 젖어도 아이들 숙제가 젖지 않았다고 기뻐하는 프란시시쿠스 교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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