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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1억에 되찾은 '호렵도 팔폭병풍' 눈으로 직접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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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11억에 되찾은 '호렵도 팔폭병풍' 눈으로 직접 보세요

입력
2021.02.18 15:05
수정
2021.02.18 15:1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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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렵도 팔폭병풍. 문화재청 제공

호렵도 팔폭병풍. 문화재청 제공


미국에서 돌아온, 수준 높은 궁중화풍을 담은 ‘호렵도 팔폭병풍’을 직접 감상할 수 있게 됐다.

18일 문화재청은 이 날부터 호렵도 팔폭병풍을 국립고궁박물관 내 궁중서화실에서 공개한다고 밝혔다. 오랑캐가 사냥하는 그림이라는 뜻의 호렵도는 청나라 황제가 사냥을 즐기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이번에 돌아온 호렵도는 문화재청이 지난해 9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약 11억원에 낙찰 받아 같은 해 11월 국내로 들여온 것이다. 1952년부터 1987년까지 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캐슬린 제이 크레인 박사(전 이화여대 교수)가 소장했던 작품으로, 한 개인이 크레인 박사 유족으로부터 사들여 경매에 내놓았다.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이 호렵도는 비단 바탕의 8폭 병풍에 그려졌으며, 산수의 표현 등이 탁월해 호렵도 중에서도 수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화가로 꼽히던 김홍도 화풍의 산이 표현돼 있다. 김홍도는 호렵도를 처음 그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인물 묘사가 생동감 있게 표현된 점도 눈길을 끈다. 자세히 보면 푸른 바탕에 흰 용이 그려진 가죽옷을 입은 이가 보인다. 청나라 황제다. 화려한 가마를 타고 가는 황실 여인의 행렬, 나발(옛 관악기)을 부는 사냥꾼의 모습 등도 표현돼 있다.

정병모 경주대 초빙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호렵도 중 예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은 작품”이라며 “아울러 정조 때 북학(실학자들이 청나라의 앞선 문물제도 및 생활 양식을 받아들일 것을 내세운 학풍)과 국방의 정치를 상징적으로 엿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한 시민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호렵도 팔폭병풍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한 시민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전시된 호렵도 팔폭병풍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호렵도는 18세기에 처음 제작됐는데, 청나라를 경계하면서도 본받으려는 모습이 녹아 있다. 궁중에서 민간으로 전파됐으며, 액막이과 길상의 용도로 널리 사용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호렵도 병풍은 민화풍으로 그려진 것”이라며 “이번에 공개되는 호렵도는 그 동안 민화 중심이었던 호렵도 연구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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