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키운 시스템 그대로
선발은 K팝 오디션 프로그램
2022년 미국 현지 방송
SM·JYP 등 일본·중국서 현지화그룹 잇따라 제작
그룹 방탄소년단을 기획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그룹과 손잡고 미국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K팝 보이그룹을 데뷔시킨다. 그 동안 해외 현지 기반 K팝 그룹 제작이 다양하게 시도됐으나 중국, 일본 등 주로 아시아권에 집중됐다. K팝 시스템이 적용된 그룹을 미국 기반 오디션을 통해 제작하는 것은 첫 시도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지며 K팝 신인 그룹 데뷔 과정이 미국 안방극장까지 파고들게 된 것이다.
빅히트는 18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게펜 레코드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합작 레이블을 설립해 현지 K팝 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오디션은 미국에서 다양한 인종을 상대로 진행되며, 선발 과정 등은 2022년 현지 방송에서 전파를 탄다. 일종의 미국판 '프로듀스101'을 통해 K팝 그룹이 데뷔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 결성된 그룹은 K팝 시스템에 따라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게 된다. 빅히트가 노래와 춤 등 트레이닝을 맡고, 유니버설이 음악 제작과 유통을 책임진다. 윤석준 빅히트 글로벌 최고경영자는 "두 기업 간의 협력을 넘어 문화의 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버설과 빅히트의 제휴는 미국에서 커진 K팝 영향력에서 비롯됐다. 트위터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에 이어 지난해 K팝 관련 트윗을 올린 이용자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가로 조사됐다. 김헌식 동아방송대 교수는 "미국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K팝으로 목소리를 내고, K팝이 젊은 세대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콘텐츠로 주목받으면서 세계 굴지의 음반기획사가 K팝 기획사에 눈을 돌린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공연시장이 꽁꽁 얼어 붙은 것도 K팝의 세계화를 가속하고 있다. K팝 팬덤이 막강한 CD 구매력을 보여주며 세계 음악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김성환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 등을 통해 K팝 팬덤의 충성도를 확인한 해외 유명 음반 기획사들이 K팝으로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이라고 봤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SM·JYP엔터테인먼트 등이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서 내놓은 현지화 그룹이 인기를 끌면서 K팝과 함께 K팝 아이돌 양성 시스템까지 세계 음악 시장에서 하나의 기준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배경과 K팝 기획사의 해외 시장 개척을 이유로 K팝의 세계화 지도가 급팽창 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K팝 현지화 그룹의 각축장이다. JYP가 지난해 일본에서 현지 멤버들로만 구성된 걸그룹 니쥬를 내놓은 데 이어 SM과 빅히트도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활 그룹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JYP는 중국에서 보이스토리에 이어 전원 현지 멤버로 구성된 또 다른 남성그룹을 기획 중이다. 가수의 직접 진출(1차 한류)과 외국인 멤버 영입(2차)을 거쳐 현지화(3차)를 통한 세계화 사례다.
하지만 '한국인 없는' K팝 현지화 그룹 제작이 잇따르면서 K팝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세계 음악 비즈니스가 K팝 시스템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K팝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소외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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