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이와이 슌지가 다시 쓴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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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이와이 슌지가 다시 쓴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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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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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레터'. 미디어캐슬 제공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일본 멜로영화로 꼽히는 ‘러브레터’(1995)의 이와이 슌지(58) 감독이 25년 만에 연애편지를 다시 들고 왔다. 자신의 장편 데뷔작이자 대표작을 애써 상기시키려는 듯 제목도 ‘라스트 레터’다. 속편은 아니지만 기본 DNA를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구성 요소들을 조금 바꾸고 재배치해 사실상 남매 관계에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17일 언론시사 후 일본 도쿄 사무실에서 온라인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만난 이와이 감독은 “4, 5년 전 배두나와 함께 서울에서 단편영화 ‘장옥의 편지’를 찍은 적이 있는데 ‘라스트 레터’는 그 단편이 부풀어오르고 바뀌고 길어지면서 변신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장옥의 편지’는 병든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평범한 주부의 일상을 그린 영화. ‘장옥의 편지’가 시간을 거슬러 ‘러브레터’에 가닿으며 완성된 영화가 ‘라스트 레터’인 셈이다. 감독은 2018년 동명 소설을 먼저 발표한 뒤 같은 해 중국에서 현지 배우들을 기용해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었고, 다시 1년여 만에 일본에서 리메이크했다.

영화의 분자구조는 ‘러브레터’와 흡사하다. 고교 시절의 순수한 첫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회한, 잘못 전달된 편지, 얼굴이 닮았거나 이름이 같은 두 인물,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드러나는 짝사랑의 비밀 등 크고 작은 설정을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오타루의 설경 대신 이번엔 이와이 감독의 고향인 센다이의 여름 풍경이 펼쳐진다.

17일 '라스트 레터' 시사 후 일본 도쿄에서 온라인 화상으로 국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이와이 슌지 감독. 미디어캐슬 제공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유리(마츠 다카코)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언니 미사키 대신 동창회에 참석하면서 영화는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언니의 동창들이 자신을 미사키로 착각하는 바람에 잠시 언니 행세를 하다 도망쳐 나온 유리는 잠깐 이야기를 나누자는 교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제안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한다. 소설가인 교시로는 미사키의 옛 연인. 휴대전화 고장으로 교시로와 연락하기 어려워진 유리는 미사코인 척하며 도쿄에 사는 그에게 편지를 보낸다. 졸업앨범에 적힌 주소로 보낸 교시로의 편지를 받은 미사키의 딸 아유미(히로세 스즈)까지 자신이 엄마인 척 답장을 보내면서 엉뚱한 편지 교환은 끝이 나고, 첫사랑의 추억을 찾는 여정이 본격 시작한다.

영화의 초반은 다소 덜컹거린다. 편지를 쓰게 되는 다소 억지스런 설정과 유리의 시어머니 에피소드 등 불필요해 보이는 사족까지 더해져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야기는 교시로가 다시 센다이로 건너 와 과거를 되짚으면서 탄력을 받는다. 익히 알려진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러브레터’ 팬이라면 이와이 감독 특유의 맑은 서정성을 반길 만하다. ‘러브레터’의 두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도요카와 에츠시가 전혀 다른 캐릭터로 ‘깜짝 출연’해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감독은 “‘러브레터’를 마치고 나서 당장이라도 이분들과 다시 함께 찍고 싶었지만 여러 여건상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했다.

'라스트 레터’는 이와이 감독의 감수성 가득한 연출이나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 등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러브레터’만큼 강렬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 면에서 ‘러브레터’의 오랜 인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이와이 감독은 “‘러브레터’는 영화인으로서 첫 걸음이라 생각하며 편한 마음으로 찍었던 작품이었고 운 좋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됐다고 생각해 전혀 부담스럽게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관객들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영화는 1999년 첫 개봉 이후 다섯 차례나 재개봉했다.

영화의 제목은 우리말로 ‘마지막 편지’이지만 실제로 이와이 슌지 감독의 편지가 여기에서 끝나진 않을 것 같다. 이와이 감독은 “극 중 교시로가 미사키를 소재로 쓴 소설 ‘미사키’의 내용도 써놓았다”며 “미사키와 교시로의 대학 시절 이야기인데 영화 한 편 정도의 분량이어서 언젠가 영화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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