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올 봄의 색깔을 닮은 녹색의 장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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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봄의 색깔을 닮은 녹색의 장조

입력
2021.02.19 04:30
수정
2021.02.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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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생의 기쁨' 느껴지는 A장조

편집자주

C major(장조), D minor(단조)… 클래식 곡을 듣거나, 공연장에 갔을 때 작품 제목에 붙어 있는 의문의 영단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음악에서 '조(Key)'라고 불리는 이 단어들은 노래 분위기를 함축하는 키워드입니다. 클래식 담당 장재진 기자와 지중배 지휘자가 귀에 쏙 들어오는 장ㆍ단조 이야기를 격주로 들려 드립니다.

'인생의 기쁨' 느껴지는 A장조

18일은 절기상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뜻의 '우수(雨水)'였다. 봄이 임박한 계절과 어울리는 조성이 있다면 A 장조다. 파(F), 도(C), 솔(G)에 샾(#)이 붙은 조표를 쓴다. 3개의 샾이 연주하는 음악의 색깔은 뚜렷하다. 러시아 작곡가 스크리아빈은 A 장조를 '녹색'으로 비유했다. 잎이 만개한 한여름의 녹음이라기보다는, 겨울을 거친 황량한 나뭇가지에 이제 막 싹튼 눈의 초록빛에 가깝다. 생명력과 희망을 꿈꾸는 조성이다. 그리고 이 조성의 또 다른 별명은 '인생의 기쁨'이다. 삶이 충만할 때 A장조가 다가온다. 작곡가들의 삶도 그랬다.


장재진(이하 장): 브람스의 음악은 무거우면서 특유의 슬픔이 배어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그래서 장조로 작곡된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도드라진다. 브람스의 장조 곡 가운데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바이올린 소나타 2번(A 장조)이다. 1886년 여름 브람스가 스위스 알프스에 있는 툰 호숫가에 머물며 쓴 곡이다.

지중배(지): 만년의 브람스는 푸르고 쾌청한 자연을 보며 심적 안정을 찾은 듯하다. 평생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던 그였지만,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쓸 당시에는 슈피스라는 여가수와 요샛말로 '썸'을 타고 있었다. 소나타 2번이 다른 곡들에 비해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내는 이유로 추정할 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진희가 '사랑과 노래의 소나타'로 불리는 이 곡을 다음달 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예당)에서 연주한다.

장: 함신익과 심포니송 오케스트라가 9월 1일 예당에서 연주하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K. 488)도 A 장조로 쓰인 곡이다. 1786년 작곡됐는데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된 해와 같다. '피가로의 결혼'은 유럽에서 대성공을 거둬 모차르트를 일약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작곡가로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이어서였을까, 피아노 협주곡 23번의 선율은 특히 밝고 아름답다.


영화 '맘마미아!2'(2018)에서 주인공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분ㆍ왼쪽 네번째)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이 아바의 '댄싱퀸'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 추고 있다. A 장조로 작곡된 이 노래는 기쁨이 넘친다.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제공


지: A 장조의 곡을 지휘하다 보면 자연스레 희망에 부풀어 오른다. 프랑스 작곡가 베를리오즈도 "기쁨을 주는 빛나는 조성"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정의는 현대에 들어서도 유효하다. 뮤지컬 원작 영화 '맘마미아'에 등장하는 주제곡 중 유명한 노래로는 아바(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이 있다. 이 팝송에 맞춰 그리스의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춤추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이라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A 장조는 삶의 기쁨으로 가는 열쇠다.

장: A 장조는 현악 4중주와 바이올린 소나타 곡들에서 자주 만날 수 있다. 베토벤과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가 대표적인데, 베토벤의 경우 6번과 9번(크로이처)이 해당한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9월 12~15일 예당에서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지중배 지휘자. 더브릿지컴퍼니 제공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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