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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동산 투기' 고난도 수사... 시험대 오른 경찰, 혐의 입증 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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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동산 투기' 고난도 수사... 시험대 오른 경찰, 혐의 입증 해낼까

입력
2021.03.10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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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본,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주도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첫 수사 역량 시험대
투기 여부·업무 정보 비밀성 등 입증이 관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등 부동산 투기 대응을 위한 특별수사단을 구성,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현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의혹 등 부동산 투기 대응을 위한 특별수사단을 구성,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 9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현판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영향력이 막강해진 경찰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공직자 부동산 투기 수사를 경찰이 주도하게 된 것.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가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하라”고 한 데 이어 정세균 국무총리 지시로 국세청과 금융위 등이 함께하는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로까지 수사 주체 덩치가 커진 상황에 경찰로서는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뚜렷한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특별수사본부 조사 대상이 1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범위도 박근혜 정부까지로 점차 확대되는 등 앞으로 경찰이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가 않다. 부동산 투기와 관련한 업무 정보 이용 현황, 차명 거래 실태 등 당면 수사 면면의 난도가 높은 상황. 어떻게 관련자들 혐의를 입증해 실제 처벌로까지 이어지게 하느냐가 경찰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①투자? 투기? 쉽지 않은 입증

부동산 투기 수사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와 다른 투기성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투자와 투기를 어떻게 구분해 내느냐에 따라 처벌 여부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이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닌, 신도시 개발 등이 예정된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토지를 매입하거나 건물을 지어 올린 사실을 치밀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 판결 추세를 보더라도 △자금 조성 △부동산 거래 경위 △시세 변동 폭 △자금 운용의 과도성 등을 통해 명확하게 투기 목적이 있었음을 입증해 내야 한다.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과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등 일부는 과도한 담보·신용 대출을 이용해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직원 9명은 광명시흥지구 토지 매입을 위해 북시흥농협에서 총 43억1,000만원을 대출받았고, 경기 포천시 공무원은 7호선 지하철 연장선 인접 지역 땅 40억원 상당을 34억원을 대출받아 샀다. 만일 부동산을 소규모로 매입하는 등 투기성이 명확하지 않다면 공직자가 개입했더라도 수사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찰 역시 명확한 투기 목적을 가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승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투자와 투기 혐의를 가르기 쉽지 않다는 우려는 알고 있다"면서도 "그것을 깨는 게 수사 능력"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②업무 관련 정보 활용? 정보 '비밀성' 여부 관건 될 듯

업무 관련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활용했다는 점을 입증해 내는 것도 수사 성패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 부패방지 권익위법에 따라 공직자는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선 안 된다. 토지 구입 공무원 등이 실제 관련 직무에 종사했는지와 함께 업무에서 취득한 정보와 구매 행위 간 연결고리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해당 자료가 '비밀성'을 갖췄는지도 쟁점이다. 예컨대 서울남부지법이 손혜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전남 목포시 부동산 투기 혐의(부패방지법 위반 등) 사건을 재판할 당시, 재판부는 손 전 의원이 취득한 '도시재생 사업 계획' 자료가 비밀이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공을 들였다. 손 전 의원 측은 공청회나 연구용역 결과 보고회 등이 이뤄져 해당 자료가 비밀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행사들이 제한된 참석자들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언론을 통해서도 구체적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손 전 의원의 유죄를 인정했다.

③공무원 아빠 대신 딸이 건물 샀다면? '제3자 거래' 꼼꼼히 밝혀야

공직자가 본인 대신 해당 정보를 흘려 친·인척 등 제3자가 투기하게 한 행위도 수사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부패방지법상 본인뿐만 아니라 제3자로 하여금 비밀을 이용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의 경우, 대면이나 통화 등을 통해 정보를 넘겨주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정황이 아닌 확실한 증거로서 비밀 활용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부동산 투기 수사는 단계별로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며 "정부합동조사단에서 수사 의뢰될 인원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과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도 구축하고 특별수사본부 내에 신고센터를 운영할 계획으로, 3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자치단체별로 개발 중인 부동산 정책과 관련된 투기 의심 지역에 대해서도 전방위 수사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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