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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학교폭력 가해자라도 서면사과 강요는 위헌 요소 있다”

입력
2021.02.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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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법, 학교폭력법 규정 위헌심판 제청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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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가해자가 피해학생에게 서면사과를 하도록 강제한 규정은 위헌적 요소가 있으니, 헌법재판소가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면사과 강제가 헌법에서 보장된 개인의 인격과 가치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행정2부(부장 오영표)는 ‘가해 학생의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 사과’를 명시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17조 1항 1호에 대해 직권으로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할 방침이다.

재판부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충남지역 고교생 A군이 제기한 소송을 살펴본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A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른 동급생을 모욕하는 메시지를 관망했다는 이유 등으로 출석 정지와 함께 “피해 학생에게 서면으로 사과의 글을 써야 한다”는 취지로 학교장 명의의 긴급조치 처분을 받았다. A군은 하지만 “서면사과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지역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처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서면사과를 강제하는 게 학교폭력을 했다고 믿지 않는 학생에게도 본심에 반해 ‘깊이 사과한다’는 사죄 표시를 강요한다고 봤다. 사과한다는 행위는 윤리적 판단과 감정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와야 하는 만큼 이를 강제하는 것은 겉과 속이 다른 이중인격 형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마음에도 없는 사과가 문구에 포함되면 당사자 자존심에는 큰 상처이자 치욕이 될 수 있어 헌법에서 보장된 인격의 존엄과 가치에 큰 위해가 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학교폭력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나 사과할 마음이 없는 가해 학생 입장에선, 서면사과 내용이 별도의 민·형사 소송에 불리한 자료로 쓰일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점도 위헌 심판 제청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서면 사과 강제 규정은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 원칙, 법익 균형성 원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헌법 37조 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가해 학생에 대한 양심의 자유와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충분히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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