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퇴역한 성(性)소수자 군인들의 명예회복에 나섰다. 성적 지향을 이유로 훈장을 박탈당했던 이들이 새 지침에 따라 훈장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차별과 배제의 역사를 청산하기 위한 군 개혁의 일환이다.
영국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성소수자 군인들을 강제 전역시키고 훈장을 박탈한 과거 행동을 사과했다. 바로네스 골디 국방부 국무차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과거 군대에서는 지금이라면 용납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차별을 해왔다”며 “피해를 본 퇴역 군인들을 위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성소수자 전역 군인들이 제출한 신청서를 검토해 새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시 동성애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혐의 자체를 취소하는 신청까지 할 수 있다. 만약 해당 군인이 사망했을 경우 유가족 신청도 가능하다.
성소수자 군인들의 차별 이슈는 1982년 포클랜드전쟁 참전 용사가 2019년 5월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 불거졌다. 그는 1993년 동성과 애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돼 20년 가까이 복무한 해군에서 쫓겨나듯 전역하고 훈장까지 빼앗겼다. 소송 제기 시점에 국방부는 “폐지된 동성애 금지법으로 퇴역한 군인에게 훈장을 돌려줄 방법을 찾고 있다”고 약속했고, 지난해 1월 훈장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갔다.
영국에서 동성애는 1967년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시작으로 1980년대 전역에서 비(非)범죄화됐지만 여전히 군대는 법 테두리 바깥에 있었다. 동성애 군인들은 1994년까지 감옥에 수감되거나 이미 무효가 된 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기 일쑤였다. 1999년 9월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강제 전역을 당한 2명의 영국 병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리고 나서야 성적 취향으로 인한 차별이 점차 수그러들었다. 2000년부터는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레즈비언의 군 복무도 합법화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훈장 반환 방침을 반겼다. 존슨 총리는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공유한 뒤 “모든 군인은 자신들의 복무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결정을 환영한다”는 글을 남겼다. 성소수자 퇴역 군인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 ‘FWP(Fighting With Pride)’는 “성소수자 군인들에 대한 광범위한 배상을 인정하는 출발점”이라며 “정부가 이들의 정신건강 치료 및 연금 권리 구제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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