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 10주년 맞은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장으로 들어서면 먼저 무대 위편에 걸린 커다란 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대 양옆으로는 그 돛을 묶는데 썼을 법한 대형 밧줄들이 드리워져 있다. 코로나19 탓에 중단됐다가 지난 2일 재개막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이다. 무대를 둘러싼 입체 조형물을 보고 있으면 객석에 앉은 이들은 마치 배를 타고 항해를 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몬테크리스토'가 무대 틀에 배를 형상화한 이유는 극중 배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몬테크리스토'의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는 선원이다. 그의 인생을 뒤흔드는 사건들은 모두 항해를 하면서 일어난다. 국내 공연 10주년을 맞아 처음 연출된 배 모양 프로시니엄에는 시대상을 반영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권은아 연출은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관객이 공연장에서라도 어딘가 훌쩍 모험을 떠나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면 좋겠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몬테크리스토'는 사랑하는 여인과 행복한 삶을 살던 단테스가 주변 사람들의 시기로 누명을 쓰고 14년이나 되는 억울한 감옥살이를 한 다음 복수를 꿈꾸는 줄거리로 이뤄져 있다. 감옥에서 만난 스승의 도움으로 벼락부자가 된 단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인물로 다시 태어나 가해자들을 단죄하고 용서한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이 원작이다. 권 연출은 "복수가 완성되면서 속 시원해지지만, 극의 메시지는 용서와 사랑"이라며 "인간의 여러 본능을 자극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극 배경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을 오가며 변화무쌍하다. 한정된 무대 위에 이야기를 끌고가는 공연 장르 특성상 줄거리에 맞춰 모든 배경을 관객에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몬테크리스토'는 영상물을 적극 활용했다. 폭 14m, 높이 10m에 이르는 대형 샤막(반투명 스크린)이 극의 중간중간 내려와 진행을 돕는다. 다양한 장소로 이동을 샤막에 투영되는 영상 화면을 통해 연출하는 식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관에 앉아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크린에서 나오는 배가 샤막이 올라가면 실제 무대에 그대로 등장하는 등 영상-무대 간 전환도 자연스럽다. 장르를 초월한 융합 예술로도 보인다.
영상 활용뿐 아니라 무대 세트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1막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초대형 쇠기둥은 1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됐다. 단테스가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복수를 다짐하는 장면에서 나온다. 공중에 떠있다가 뚝 떨어지는 9m 폭의 쇠기둥 무리는 무게만 무려 2.5톤에 달한다. 여러개 쇠기둥들이 합쳐진 형태로, 마치 감옥의 창살을 연상하게 만든다. 권 연출은 "억울하게 구속당한 단테스의 분노가 절정에 달한 상황을 상징한다"며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이번에는 반대로 적들을 옥죌 거란 사실을 읽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쉴 틈 없는 무대 전환과 다양한 의상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몬테크리스토'는 160분 동안 모두 118번의 무대전환이 이뤄진다. 배우들이 입는 의상만 250여벌이다. 19세기 유럽이 배경이어서 화려하다. '몬테크리스토'를 제작한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최근 3주간 연장공연을 결정했다.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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