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015년 재판 땐 "지휘부도 책임 있다"?
유가족·민변 "기존 사법부 판단 뒤집어" 비판?
재판부 '지휘부 책임=형사책임' 인정 안해?
수밀문 개방 등 새로운 고려 요소도 감안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현장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해 4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경 지휘부 전원이 15일 1심에서 무죄 판단을 받자, 재판부가 기존 사법부 판단과 배치되는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법원은 해경의 구조실패에 대해 해경 지휘부와 현장 지휘관에게 공동책임이 있다고 봤고, 현장 지휘관은 징역 3년이 확정돼 구조실패에 대한 형사처벌을 받았다.
광주고법은 2015년 7월 목포해경서 123정장이자 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 지휘관인 김경일(63) 전 경위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평소 해경들에게 조난사고에 대한 교육훈련을 소홀히 한 해경 지휘부나 사고 현장에 같이 출동한 해경들에게도 승객구조 소홀에 대한 공동책임이 있으므로, 피고인에게만 피해자 사망·상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추궁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설명했다. 김 전 경위가 현장 지휘관으로 지정된 뒤 해경 본청과 서해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 김 전 경위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해 구조 활동에 전념하기 어렵게 만든 점도 참작됐다. 대법원은 같은 해 11월 원심을 확정했다.
세월호 유가족 측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해경 지휘부에 대한 법원 판단이 기존 판례와 어긋난다고 보고 있다. 유가족 측 법률 대리인인 이정일 변호사는 16일 "당초 1심은 김 전 경위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줄었다. 해경 지휘부가 구조실패에 대한 책임을 김 전 경위와 분담해야 한다고 판단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민변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구조 방기에 대한 해경 지휘부 책임은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인정된 바 있다"면서 "이번 판결은 기존 사법부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도 김 전 경위 판결문을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 전 경위와 해경 지휘부의 '공동책임'을 인정한 당시 재판부 판단이 사실관계가 확정된 형사 책임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당시 해경 지휘부는 기소되지도 않아 재판부 심리 대상이 아니었고, 김 전 경위 양형 이유에서 밝힌 공동책임은 조직관리 부실 등 윤리적 책임 등을 포괄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법원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확정된 형사판결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확정 판결과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전 경위가 구조현장 지휘관으로 구조 상황 대부분을 육안으로 직접 목격한 반면, 해경 지휘부는 구조현장에서 떨어져 있었던 점도 재판 결과를 가르는 변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경위는 당시 승객들이 배 안에 머물고 있는 것을 목격했고, 빨리 퇴선 조치를 하지 않으면 승객들이 익사하게 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었던 점이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해경 지휘부에 무죄 선고를 내린 재판부는 당시 지휘부가 현장 구조세력의 교신과 보고에 의존했기 때문에 침몰 등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떨어졌을 것으로 봤다.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조사를 통해 당시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을 막을 수 있는 수밀문(선박 내부의 침수를 막는 문)이 열려있었던 점이 새롭게 드러나는 등, 해경 지휘부가 예상치 못한 특수 상황이 있었던 점도 지휘부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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