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각 협력 요구, 한국에 쏠림 현상
"과거사 문제의 사법화도 한국에 불리"
"인권과 안보협력 사이서 미국도 난처" 반론도
미국의 새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한미일 3각 협력 체제 복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꿔 말하면, 3각 협력 복원의 최대 장애물인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당사국에 외교적 압박을 가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의 의중이 일본에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일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가 일본이 아닌 한국에 이미 쏠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4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은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중요하다는 공감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반면 지난달 이뤄진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총리 간 통화에서 3각 협력 문제가 의제로 다뤄졌다는 설명은 미국과 일본 양측 모두에게서 나오지 않았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한미일 3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할 곳은 '일본보다는 한국'이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한일 간 과거사 갈등이 정치에서 '법의 영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최근 흐름은 한국에 유리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위성락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강제동원 문제는 1965년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한국 입장과 배치되는 사법부 판결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면서 "제3자(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국제적 합의를 자꾸만 어기고 있다는 일본 측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근로자 등 피해자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사법부 판결은 앞으로 더 이어질 수 있다. 과거사 문제가 법의 영역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한국 정부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것을 압박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 피로감(Korea fatigue)'이 미 조야에 축적되고 있는 점도 더는 가볍게 봐선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일본 교도통신은 13일 "(한국이) 역사 문제를 반복하는 자세를 고치지 않는 한 한국을 대화상대로 보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메시지가 전해진다"면서 스가 정권 내 혐한(嫌韓)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은 이상하다. 약속의 개념이 없다"는 일본 외교 관계자의 평가도 소개했다.
한미일 3각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한국을 배제하자'는 일본 측 목소리는 오히려 커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이 '약속을 계속해서 깨 온' 한국 편에 서진 않을 것이란 일본 나름의 자신감으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한국이 자꾸만 과거사 문제 해결을 위한 요구 조건을 바꾸고 있다는 일본의 주장은 미국 내에서 이미 상식처럼 통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미일동맹은 각급별 훈련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한미동맹은 그렇지 않다"면서 "한미일 3각 협력을 위해 노력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일본보다는 한국을 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미국이 한국만을 일방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모두 미국 민주당이 중시하는 보편적 인권의 영역에 들기 때문이다. 당국 관계자는 "한미일 3각 협력과 과거사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인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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