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후보인 함영주 부회장 사법 리스크에 '발목'
외부출신 후보는 박진회 전 씨티은행장 유일
김 회장, 만 70세까지 1년 한시 연임론 급 부상
하나금융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가 윤곽을 드러냈다. 유력한 차기회장 후보군이 대부분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김정태 현 회장이 한시적으로 연임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5일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회의를 열어 회장 최종 후보군(숏리스트) 4명을 발표했다. 내부 후보로는 김정태 현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부회장, 박성호 하나은행 부행장이, 외부 후보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포함됐다. 회추위는 주주총회 2주 전까지 최종 후보 1인을 추려낼 예정이다.
회추위는 지난달부터 14명의 후보군(롱리스트)을 놓고 고심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비전과 중장기 경영전략, 기업가 정신, 경력, 전문성 등 세부 평가 기준에 따라 평가한 뒤 최종 4명의 최종 후보군이 선정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는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었다. 김 회장이 3연임 성공 이후 더 이상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곳곳에서 내비쳐왔기 때문에, 지주 내 '2인자' 함 부회장에게 무게가 쏠려왔다. 그러나 2018년 함 부회장이 채용비리로 불구속 기소된 이후 1심 재판이 2년 반째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지난해엔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룹 입장에선 함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회장직이 위태로울 수 있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셈이다.
외부 후보로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후보군에 포함됐지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하나금융그룹이 그동안 내부 출신을 차기 회장으로 지속 선출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후보는 2012년부터 하나금융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김 회장이다. 김 회장 취임 이후 하나금융은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악재에도 불구하고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3% 늘어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해 말부터 금융권에서 CEO 인사 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며 줄줄이 연임하는 분위기가 만연해진 것도 영향이 크다.
다만 하나금융 내규상 임원은 만 70세까지만 지낼 수 있다. 1952년 2월생으로 올해 만 69세가 된 김 회장은 만 70세가 되는 내년 3월까지 1년간만 회장직을 맡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 4연임을 한 CEO는 2010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이후 처음이라 금융당국 눈치도 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김 회장 3연임 당시에도 김 회장이 최종 후보로 올라가는 것을 탐탁지 않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와 각종 사법 리스크로 어수선한 상황이라 파격적인 선택보다는 안정을 택할 확률이 높다"며 "김 회장이 1년밖에 임기를 못 잇는 것이 오히려 외국인 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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