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인권 침해, 성차별 인식 드러낸 광고
코로나로 아동 결혼 늘고, 비밀 결혼 여전
조코위 정부, 아동 결혼 타파 정책에 찬물
"남편을 섬기는 의무를 지키기 위해 12세에 결혼하라."
"(가족이) 굶어 죽는 것보다 (자녀를) 일찍 결혼시키는 게 낫다."
인도네시아의 한 결혼정보업체가 조혼(早婚), 즉 '아동 결혼'을 조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가뜩이나 아동 결혼이 늘고 있는 현실까지 도마에 올랐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15일 콤파스 등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아이샤웨딩은 최근 인터넷과 거리 현수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혼을 광고했다. "안정되고 행복한 가정을 위해 가능한 한 빨리 남자에게 의지해야 한다" "부모에게 부담이 되지 말고 남자를 일찍 찾아야 한다" "연애하지 말고 바로 결혼하라" "알라를 기쁘게 하기 위해 12~21세 소녀들은 결혼해야 한다" "미디어에 퍼진 음란물에 노출된 자녀를 결혼으로 구하라" "아름다움은 젊은 나이에 결혼한 사람만 누릴 수 있다" 등의 광고 문구는 구시대적인 혼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무슬림이 인구의 87%이고 조혼 풍습이 여전한 지역도 있지만 인도네시아인들은 조혼 조장 광고에 분노했다. 인도네시아 아동보호위원회(KPAI)는 "조혼은 자녀의 교육, 육아 및 건강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고, 아동 인권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여성아동보호부도 "해당 결혼정보업체에 보내진 아동의 개인정보는 성적ㆍ경제적 착취, 인신매매 같은 다른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5세 여성에 비해 임신이나 출산 중 사망할 확률이 10~14세는 5배, 15~19세는 2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인용됐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나섰다. 현재 해당 업체의 홈페이지는 폐쇄됐다. 인도네시아에선 2019년 개정된 법에 따라 부모 동의 없이 결혼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남녀 모두 21세다. 21세 미만은 부모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동 결혼을 방지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의지 표명이다. 실제 아동 결혼 방지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관련 분야 정책 5대 우선 순위이기도 하다. 지방에선 아동 결혼 반대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에선 결혼 신고를 하지 않고 종교적으로만 결혼을 허락 받은 비밀 결혼인 '니카 시리(nikah siri)' 풍습이 여전히 용인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ㆍ유니세프)은 인도네시아에서 18세 이전에 결혼한 여성이 전체 결혼 여성의 9명 중 1명으로 세계에서 8번째로 많다고 보고했다. 인도네시아 여성아동보호부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법적 연령 미만 자녀의 결혼 허가를 요청하는 신청서가 3만4,413건으로 대부분 승인됐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미성년 자녀들을 결혼시키는 아동 결혼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KPAI는 "이번 사건은 아동 결혼 관행을 끊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라며 "아동 결혼 타파는 코로나19 사태 대응과 맞먹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