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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정부 내 한국보고서가 줄어든 이유

입력
2021.02.16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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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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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화대 MBA 과정에 있는 중국 여학생한테 사과를 받은 적이 있다. 그가 광둥성 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당시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가 한국을 방문한 사실을 언급했다. 곧 한중 정상회담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한중 간 교류가 많다는 것을 들어 내쪽에선 호감을 표시한 건데 중국 여학생의 반응은 의외였다.

"우리 국가 지도자가 왜 한국 같은 소국(小?) 지도자를 만나요? 아마 당신이 잘못 들은 것 같군요."

대학 앞 커피숍에서 종업원이 혼동해 커피를 잘못 준 것이 인연이 되어 우연히 시작된 우리의 대화는 거기서 '딱' 끝났다.

광둥성은 중국 내 GDP 1위다. 광둥성의 GDP 규모는 2018년 한국 총 GDP에 이미 근접했다. 경제 수치상으로 중국 일개 성이 한국이란 한 국가와 맞먹게 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2021.1.19.) 2020년 코로나19 이후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수출 기준 25.8%로 한해 전(25.1%)보다 높아졌다. 사드 파동 이후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경험한 뒤 수출 시장 다변화 필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갈수록 중국 의존도는 심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중국 한 개의 성'과 비슷하다는 상징성과 대표성은 그 단순화 논리에도 불구하고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근년 중국이 한국에 대해 보이는 '하대 의식'의 표출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우리가 겪은 시진핑 주석의 항미원조 연설 논란, 중국 네티즌들의 BTS에 대한 공격, 그리고 김치의 종주국은 중국이라는 억지 주장 등은 자세히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몸짓이 비대해진 중국이 갖는 민족적 우월감과 역사적 맥락에서 한국에 대한 속국, 그리고 문화적 종속 의식의 표출이다.

한국 일각에서는 이를 중국이 소프트파워 강국인 한국에 대한 '열등감'의 표출이라고 보는데 다분히 한국식 해석이다. 한중 수교 30년 궤적에서 반추하면 본질은 한중 관계의 전반적인 '비대칭화' 심화가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수교 당시만 해도 한국과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제 규모는 반올림하면 양자가 거의 대등했다. 한국은 작지만 그만큼 훨씬 더 속이 꽉 찬 내실이 있는 국가였다. 그런 한국의 '존재감'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 중국 눈엔 미국만 보인다.

일례로 최근 중국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 관련 보고서가 잘 올라가지 않는다. 중국지도부로부터 수요가 없으니 중국 정부 기관에서 한국 관련 보고서를 쓰는 인사들은 농한기를 맞은 농부처럼 일감이 없다. 좋게 보자면 한중 간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한국의 존재감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중 외교 관계의 하향 조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불발된 것이 비록 코로나19라 하지만 2017년 12월 그에게 한국을 방문해 달라는 뜻을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 천명한 후, 현재까지 4년간이나 미루어진 것의 함의도 되짚어 볼 여지가 있다. 사실 방문할 기회는 많았다. 정말 코로나19 때문이라면 중국이 요즘 다른 국가들과 가지는 화상 정상회의라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내년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 관계는 최근 겪은 '사드' 등 개별적인 현안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양국 관계의 '전환기적 도전'을 민간 차원과 정부 차원에서 좀 더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성현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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