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조사팀, “2019년 우한서 광범위한 발병 징후 발견”

조사팀 이끄는 엠바렉 박사 CNN인터뷰

WHO 조사팀을 이끄는 피터 벤 엠바렉 박사가 1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우한=로이터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당초 예상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광범위하게 발병한 징후를 확인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실이라면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이다.

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을 이끄는 식품안전ㆍ동물질병 전문가 피터 벤 엠바렉 박사는 14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나와 “(2019년) 12월 우한 지역에서 처음으로 10여개가 넘는 바이러스 변이 발생을 포함, 보다 광범위한 확산 징후를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발견”이라고 확신했다.

중국 과학자들이 당시 우한 일대에서 174건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발표했는데, 이 중 100건은 실험실 검사에서, 나머지 74건은 환자 증상에 대한 임상 진단을 거쳐 확인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엠바렉 박사는 “(174건 사례는) 이 병이 우한에서 1,0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감염 여부를 쉽게 알아차릴 만큼 중증을 보인 사람 외에도 눈에 띄지 않는 경증 환자들이 더 많았을 거란 얘기다.

또 WHO 전문가팀과 중국의 지난주 합동 조사를 두고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 물질의 종류를 넓혔다”고 진단했다. 그는 조사를 통해 처음으로 2019년 12월부터 13개의 서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 유전자 염기서열을 수집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엠바렉 박사는 “(염기서열 중) 일부는 시장에서 나왔다”며 “화난수산물 시장이 바이러스의 첫 확산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3개의 변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결론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CNN은 “변이 발견은 몇몇 학자들의 주장처럼 바이러스가 더 오랫동안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전했다. 2019년 12월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중국 측 주장과 달리 훨씬 이전에 감염병이 퍼져 있었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대 바이러스학자인 에드워드 홈즈 교수도 “우한에서 채취한 SARS-COV-2 서열에서 이미 유전적 다양성이 존재했기 때문에 그보다 앞서 바이러스가 유통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