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대책 후속 조치로 주택공급지역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경기 과천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작년 8·4대책을 통해 과천에 공공주택 4,000가구가 들어오기로 한 상황에서 2.4대책에 따른 추가 물량을 과천이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 탓이다. 임대주택이 현재 없다시피 한 과천에 공공주택 공급 압박이 세지자 주민들은 과천시장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15일 경기 과천시청 인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2·4대책에 불만과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상가에서 만난 김모(45)씨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1년도 안돼 역대급 공급 계획을 내놨는데, 과천에는 이제 아파트 좀 그만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 최모(61)씨도 “살기 좋던 과천이 아파트 숲으로 변했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은 놔뒀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와 인접, 지역번호도 서울과 같은 번호를 쓰고 있는 과천은 용이한 강남 접근성 탓에 예전부터 공급확대 압박을 받아왔다.
2·4대책에서 전체 공급 규모만 발표됐을 뿐, 구체적인 택지 위치는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8·4대책으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에 놓인 데다, 과천시가 제안한 ‘대체부지’에 2.4대책에 따른 공공주택이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김동주 과천시장 주민소환 추진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2·4대책은 토지도 없는데, 건물을 짓겠다는 ‘상상임신’과 다를 바 없는 졸속행정”이라며 “과천시가 제안한 대체 부지가 2·4대책으로 둔갑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과천시-정부 뒷거래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대체부지를 제안한 과천시장 주민소환에 나선 상태다. 이에 과천시는 “시민을 위한 유휴지를 지키기 위한 노력인데,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앞서 과천시는 평지로 된 관내 유일의 녹지공간인 유휴부지를 지키기 위해 행복주택 4,000가구 공급 대체부지를 제안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2025년까지 7,150가구를 공급하는 과천·주암·막계동 일원의 3기 신도시(168만㎡) 용적률을 높여 2,000가구를 추가 공급하고, 나머지 2,000가구는 교통여건이 양호한 외곽에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민들이 8·4대책도, 2·4대책도 싫다며 주민소환까지 추진하고 있는 데에는 열악한 교통문제도 있다. 최모(51)씨는 “2㎞ 남짓한 남태령을 넘는 데 걸리는 시간이 5년 전보다 배로 늘었다”며 “아파트가 추가 공급되면 과천 주민의 삶의 질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천에서 남태령은 물론, 양재역, 안양으로 연결된 도로는 한낮에도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천은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에 포함돼 지금까지 시 전체 토지의 10%가 개발됐다”며 “아파트 포화 상태인 과천에 추가 아파트 공급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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