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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 '면역 항암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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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숙 교수의 헬시 에이징] 암 치료의 새 패러다임 '면역 항암제' 건강보험 적용 확대해야

입력
2021.02.15 18:0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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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면역 항암제 등 다양한 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암 정복의 날이 머지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면역 항암제 등 다양한 암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암 정복의 날이 머지않았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기대 수명이 83.3세다(통계청, ‘2019년 생명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의 기대 수명은 긴 편이다. 한국 남성의 기대 수명(80.3년)은 OECD 평균(78.1년)보다 2.2년, 여성의 기대 수명(86.3년)은 OECD 평균(83.4년)보다 2.9년 길다.

한국인의 3대 주요 사망 원인인 암ㆍ심장병ㆍ폐렴 가운데 암만 걸리지 않아도 기대 수명이 3.7년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암의 3분의 2 정도가 65세 이상이 넘어서 새롭게 진단되므로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암 환자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노화와 암은 서로 반대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즉 노화는 조직 퇴화 및 장기 기능 상실을 일으키는 반면, 암은 지속적인 세포 증식 및 새로운 기능을 만든다. 이 같은 정반대되는 특징을 하나로 연결하는 요인이 바로 염증과 면역이다.

염증은 외부에서 침범한 병원체에 의해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세포 내 DNA 손상·자외선·외상 등과 같은 다른 스트레스 요인으로도 유발된다. 면역세포뿐만 아니라 상피세포, 섬유아(亞)세포 등에서도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화하는 과정에서 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조직뿐만 아니라 면역 체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몸속의 면역 체계가 튼튼해 몸 상태를 잘 감시하는 것이야말로 암을 억제하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건강한 식단을 비롯해 충분한 수면,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 등 다양한 노력이 면역력 증강에 도움을 준다. “골고루 적당히 잘 먹으면 건강하다”는 어릴 적 어른들이 귀에 박히도록 하신 말씀이 허투루 한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 최근 몸속의 면역 체계를 활성화해 암세포와 싸우게 하는 ‘3세대 항암제’인 면역 항암제(면역 관문 억제제)가 속속 개발되면서 암을 정복할 날도 머지않았다. 면역 항암제는 암세포가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 ‘PD-1’ ‘PDL1’ ‘CTLA4’ 등의 작용을 차단하고 면역 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를 공격한다. 옵디보ㆍ키트루다ㆍ임핀지ㆍ티센트릭 등 면역 항암제는 폐암ㆍ흑색종ㆍ방광암 등의 암 환자에게 극적인 효과를 나타내면서 ‘암 치료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불린다.

면역 항암제는 1960~70년대 1세대 화학 세포독성 항암제, 1990년대 2세대 표적 항암제에 이은 것이다. 효과가 좋고 부작용이 거의 없어 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1세대 항암제는 부작용이 많았고 2세대 항암제는 내성이 생기는 반면, 면역 항암제는 일단 효과가 있으면 장기간 그 효과가 지속되고 암 환자의 장기 생존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면역 항암제는 50여가지의 암에 대한 1차 또는 2차 치료에서 단일 제제로 쓰이거나 세포독성 항암제와 병행 치료제로 사용된다. 면역 항암제의 임상시험은 현재 3,000여개가 진행되면서 전체 항암 임상시험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면역 항암제가 대부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이 너무 비싼 데다 말기 암 치료에는 한계를 노출하고 있어 안타깝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암 환자가 면역 항암제를 부담 없이 처방받아 건강한 노후를 영위할 수 있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문지숙 차의과학대 바이오공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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